HTML/CSS 관련 Ankilog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2월 부터였으니 대략 1년이 넘어간다. 이 1년 동안 포스팅을 성실하게 올리지는 못했지만 나름 꾸준하게 올렸다. 하지만 2019년이 되면서 HTML/CSS에 대한 Ankilog 포스팅이 막혔다. 그만 둔 것이 아니라 막힌 것이다.
그 이유는 HTML/CSS 공부에 대한 맥락을 잃어버렸고,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IT를 공부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다. 내 의도는 명백히 IT 기술인데 어느새, 폰트와 조판, 색깔의 배치 등을 출판 편집 디자인 같은 것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자마자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헤매면서 길을 잃게 되었다.
사람들마다 잘 맞는 공부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디자인은 잘 맞는 공부가 아니다. 흥미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디자인이란 그저 단순하게 잘 읽히고, 잘 보이면 되는 것이지, 색깔의 배합과 여백의 크기에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나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닌 것을 공부하는 것은 고행이다. 이런 것을 공부하려면 필연적인 맥락이 존재해야 한다. 가령, 평소라면 식용 가능한 식물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겠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식물을 채취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필연적인 맥락이 생기면 열심히 식용 가능한 식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시험과 점수는 바로 이러한 필연적인 맥락을 부여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점수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공부가 아니라 순수하게 즐기는 공부다. 새로운 지식을 아는 순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고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맥락을 잃은 순간 이 모든 지식의 즐거움이 빛바래게 된다. 맛있는 밥이 갑자기 모래처럼 씹히는 느낌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오류가 꽤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검증한다고 했지만, 전문가로서 공부해야할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로서 그날그날 공부한 내용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내용이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 그날 공부할 때는 옳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다른 곳에서 오류라는 점이 밝혀지거나 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혹은 의문점이 생겼는데 이 의문점을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힘들다. W3C 튜토리얼도 종종 이상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 같고, 책을 읽어보니 외국 사이트를 그대로 베낀 것도 많이 눈에 띈다. 또, HTML 버전, 실무 경력, 웹 브라우저의 종류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무엇을 신뢰하고 학습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일이 검증을 해보려고 하는데, 검증할 사항은 너무 많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손을 대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원래 내 성향대로라면 좀 더 기초적인 분야로 돌아가서 이를 이해하고 다시 돌아와야 맞지만 HTML 관련 역사나 내용을 보면 더 기초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웹에서 가장 기초적인 분야는 HTML이기 때문이다. 이 HTML을 CSS로 꾸미고 Javascript로 작동시키는 것이 웹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또, IT를 처음 공부할 때는 그저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공부를 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저 수단일 뿐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기본적인 제어 외에는 IT의 관련 분야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네트워크를 프로그래밍 한다면 프로그래밍 언어도 알아야 하지만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네트워크에서 조작가능한 부분과 개선할 점 등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결국, IT를 공부한다는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관련 분야의 토픽을 같이 공부하는 것이다.
HTML도 마찬가지다. 결국, 웹 브라우저에 표시될 웹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리고 CSS는 그 자체로 디자인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설계된 언어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개념들이 CSS에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IT가 아닌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HTML과 CSS를 처음 공부할 때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그저 필요한 기초 IT 공부라고 생각했다. 이게 웹 페이지를 구축하고 디자인하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 “정말 그렇구나.” 라고 진실로 체득하게 된 셈이다. 즉,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가 발전했기에 오히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할 일은 잃어버린 맥락을 복원하고 내공을 닦는 것이다. 그 동안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위해 포스팅할 주제 위주로 내용을 파악했다면, 당분간은 웹 페이지 디자인에 관한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기초적인 내용과 토픽을 읽어보고 관련 HTML과 CSS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조금 총체적으로 파악해보려고 한다. 맥락이 없는 공부가 고행이라면 맥락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내용들을 파악함으로써 평생 한번도 건드려보지 못한 영역을 맛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매우 이익이다. 오히려, HTML과 CSS 공부라는 맥락으로 디자인을 조금 파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그래도 영 안맞는다면 아주 기초적인 수준만 달성하고 돌아오면 될 일이다.
맥락을 복원하고 내공이 조금 쌓일 때까지 HTML/CSS 포스팅을 잠시 쉬어가려고 한다. 어차피, 공부는 Ankilog로 할 것이므로 결국, 다시 Ankilog 포스팅으로 돌아올 것이다.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