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올해는 시작부터 난감하다. 블로그가 잘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천자문만 포스팅하고 있다.


 예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을 때마다 참 슬프다. 평생 글을 쓰지 않고 남의 글만 읽다가 글을 쓰려고 하니 자기 수준이 보이기 시작한다. 맞춤법은 틀리고 글은 중구난방이다. 특히, 해외의 글을 번역한 경우는 정말 어떻게 이렇게 글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다.


 영어를 번역한 글이 너무 이상하고 작위적이라고 느껴서 번역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그 동안 우리말을 얼마나 모르고 썼는지 깨닫게 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글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책 한두 권을 읽으니 이제는 내적인 규범이 생기면서 글을 쓰기 너무 어려워졌다. 자기 검열이 강화되었다고나 할까?


 자기 검열이 강화된 것에 이어 욕심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왜 이리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지, 거기에 이것저것 처리해야할 일들이 끼어들어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지금은 열심히 욕심을 들여다보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처리하고 필요없는 욕심은 정리하려고 노력중이다.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해가면 될 테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답답해지고 자꾸 조바심이 난다.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현실에서 이루어야할 일들 때문에 마음은 쫓긴다. 올해는 유난하다. 


이건 슬럼프일까? 슬럼프라고 하기에는 전성기가 없었다. 뭔가 잘 되고 있어야 슬럼프가 오는 것인데 지금은 끊임없는 모색과 시간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므로 슬럼프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정리는 되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고 싶지만 안 되고 답답한 기분. 이 기분은 상당히 친숙하다. 부족한 것이 많고 감내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입을 꽉 물고 있는 이 기분, 하나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정신이 산란해지는 이 기분, 20대에 느꼈던 기분이다. 


 아마도 글쓰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부족한 것들이 보인다.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덕분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평가가 내 속에서 줄을 잇고 있다. 즉,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욕심이 과해졌다. 


 아마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가장 먼저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내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희망을 가져본다. 한 번도 자각하지 못했던 글쓰기의 문제점이라든가 구체적인 목표 등을 세워야 하는 이 상황은 그 막막함과 불안이 성장통과 닮아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만 하는 결단과 다시 변화의 낯설음에 대한 불안과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막막함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성장통의 결과는 성장이다. 늦깎이에 새로운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니.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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