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Ankilog 수정을 계획하면서


 천자문을 공부를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공부하기 위하여 정리된 내용을 블로그와 Anki로 올렸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공부하기 위하여 쓴 블로그이지만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같이 공부하거나 참고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올렸다.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을 올리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학에 통달한 사람이 천자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문 공부를 진지하게 해보려고 시도하는 초보자가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하다 보니 몇 가지 개선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 카드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매일 카드를 소화하기가 조금 힘들어지는 시점이므로 잠시 복습을 하면서 학습할 카드의 수는 줄이고 그 동안 생각했던 개선점을 적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고민했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작성자가 한학에 초보자라는 것이다. 다른 블로그들처럼 전문가가 나서서 이것저것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작성자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초보자임을 분명히 하고 사람들이 참고할 수는 있어도 어떤 권위에 의지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고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초보자라는 입장이 좋기도 하다.

 

 한학의 초보자라서 뭘 모르기 때문일까? 솔직히 한문의 번역을 볼 때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의견들을 신뢰하고 싶어도 그들의 의견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가끔은 한문은 곁다리로 보여주는 것일 뿐, 그저 고전을 빌어서 저마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납득할만한 해석이나 문법 등을 찾아보고 있지만 아직 소양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되도록 직역 위주의 최소한의 해석을 원칙으로 천자문을 해석하고 있다. 고사나 다른 고전의 인용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공부해야할 내용이 지나치게 늘어나기만 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자문의 자의가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이 한학의 초보자로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근거를 찾되 가장 간결하고 직역 위주의 해석으로 작성하고 최대한 글자의 뜻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인터넷과 문헌을 찾아서 일단 정리를 하고 난 다음에 문구를 외우고 곱씹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적절한 해석들이 마구 떠오른다. 가령, 26번 문장인 경행유현(景行維賢) 극념작성(克念作聖) 같은 경우는 “오직 크게 행해야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생각을 잘해야 성인이 된다.”라고 해석했다. 솔직히, 속으로 해당 문구를 곱씹다 발견한 나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경행유현(景行維賢)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은 이렇다. “크게 행하는 것(景行)만이 오직 어질고 현명(賢)하다고 할 수 있다.” 賢(어질 현)은 현명(賢明)하다고 할 때의 글자이다. 즉, 어짊이지만 지혜로운 어짊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이런 지혜로운 어짊이라는 것은 눈앞의 작은 것에 집착하고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전체적인 국면을 바라보고 더 깊이 생각함으로써 어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바로 그런 것이 진정한 현명(賢明)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즉, 현명함이면 되었지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해석을 뒷받침할 근거는 찾지 못했고 따라서 최대한 단순하게 축약한 해석으로 외울 수밖에 없었다. 극념작성(克念作聖)도 “생각을 잘해야 성인이 된다.”보다는 “생각을 극복해서 성스러움을 짓는다.”라는 해석에 더 끌린다. 마찬가지로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리진 못했다.


 이렇게 해석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보니 끊임없이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구를 곱씹어 외우다 보면 머릿속에 정착되면서 고쳐야할 점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냥 머리로 이해하고 넘어갔을 때는 안보이던 수정사항이 많이 보이게 된다. 


 지금은 한학에 대한 소양이 약해서 문구를 다듬거나 분명하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한학 공부가 무르익고 문리(文理)가 트이면 분명히 더 많은 것을 고치고 수정하게 될 것이다.


 수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혼자 공부할 때에는 그저 내 Anki를 고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블로그를 믿고 해당 Anki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골치 아파진다. 개인적으로는 오류를 수정한 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은 수정한 것을 일일이 찾아서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수정을 했다는 기록을 해당 블로그에 남겨놓기로 했다. 그런데 Anki의 수정이 문제가 된다.


 Anki의 카드뭉치를 다운 받아서 개인의 Anki에 집어넣으려면 다운로드를 받아서 더블 클릭을 하면 Anki가 해당 파일을 “가져오기” 한다. 그런데 Anki의 카드가 수정되어 수정된 Anki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더블 클릭을 하면 해당 카드들이 중구난방으로 섞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천자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공부하는 한자 관련 카드에서 동일한 카드가 있을 경우 엉뚱한 카드가 업데이트되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왜 그럴까? 이것은 각 노트의 첫 번째 필드의 중복 때문이다. 


 Anki는 기본적으로 노트의 중복 여부를 첫 번째 필드의 중복으로 판단한다. 첫 번째 필드가 중복되어 있을 경우, Anki는 중복된 노트는 나중에 가져오는 노트가 최신판이라고 생각하고 이 노트를 업데이트한다. 그러다 보니 첫 번째 필드가 동일한 노트들은 업데이트 되고, 그렇지 않은 노트들은 추가로 생겨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노트에 고유한 코드를 가진 필드를 첫 번째 필드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추후 한자 공부를 할 때, 중복된 한자들을 서로 다른 의미로 공부하게 될 때도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한자 관련 노트를 가져오기 했다가 과거의 노트를 지우고 새로운 노트로 대체시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카드의 삭제와 관련된 것이다. 현재는 8개의 문구를 익히기 위해서 보통 32개의 카드를 생성하고 있다. 이는 철저히 의도된 것이다. 각 글자를 익히고 글자들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차례대로 보여주고 숙련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강을 건넜으면 더 이상 뗏목에 집착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익힘 단계를 넘어서서 적당히 개념이 파악되고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중복된 카드들을 없앨 필요가 있다. 가령, 4자의 한자어 해석은 8자의 한자어 해석에 거의 중복된다. 따라서 8자의 문구를 익숙하게 외운다면 4자의 한자어에 대한 카드들은 지워도 된다. 그리고 한자어들은 해석만 가능하면 되므로 한글을 한자어로 전환하는 카드들은 삭제해도 된다. 그런데, 현재의 카드들은 이러한 삭제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서 삭제하기 골치 아픈 부분이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카드와 노트들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서 노트와 카드들을 손보려고 한다. 내용면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Anki의 카드를 담는 형식이 수정 보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할지는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천자문 카드가 너무 많이 쌓여서 조금 휴지기를 두어야할 시점이다.

2. 천자문 블로그는 계속 수정되어 왔고 앞으로도 수정될 것이다.

3. 거의 없겠지만 이 블로그의 Anki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정사항을 반영하기가 너무 어렵고, 한자 관련 다른 노트와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필드에 고유코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4. 노트가 너무 많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노트를 삭제하여 노트와 카드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트를 수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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