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의 경지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말했는데,

 

사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지는 매우 간단하다.

 

좋아하는 분야를 어느 수준까지 공부해야 이후 그저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을까?

 

이 경계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건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이 가진 자산의 수익률이 본인의 소비를 능가하면 그 뒤부터는 무조건 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가령, 내가 1년에 1000만원 가량을 각종 이유로 지출하는데 내가 가진 자산에서 나오는 일년 이자가 1500만원이라고 한다면

 

내가 1000만원 수준에서 매년 실컷 놀고 먹어도 돈은 점점 더 늘어나고 계속 부자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산이 구축되어야 하고 해당 자산이 구축된다면 그 뒤부터는 일할 필요가 없게 된다.

 

부익부 빈익빈처럼 공부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한계를 넘어서면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리고 삶을 같이하면서 내 인생을 해석하고 평가할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고 스스로 쌓아올린 공든 탑이 되기도 하고

 

중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 걸까?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일단, 기초를 쌓고 기초 위에서 응용해보고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기본적인 단계가 마무리된다.

 

기본적인 단계에 도달하면 잘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잘 사용하면서 현실에서 문제를 적용해보고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상승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니 현실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단계를 마치면 늦든 빠르든 상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 결국은 지루한 기본과정을 마스터하는 것이 첩경이다.

 

으엑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생각만 해도 힘들고 지겨워 보이는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니! 갑자기 공부하기 정말 싫어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초는 해당 공부의 코어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코어를 익히고 응용할 수 있으면 기본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기초로 스쿼트를 강조한다. 


이게 왜 기초일까? 데드리프트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일단, 스쿼트만 살펴보자.


스쿼트는 앉았다 일어나기로 허벅지를 단련하고 인간의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대부분의 근육을 강화한다. 


실제로 우리 몸의 움직임은 대부분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기반으로 땅을 미는 힘을 기반으로 에너지를 얻어쓴다. 


걷기, 달리기, 춤, 무술, 격투기, 농구, 역도 등등 셀수도 없이 많은 운동에 요구되는 것이 바로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의 강력함과 지속성이다. 


우리의 팔이 힘을 쓰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다리는 일상의 전반에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하기 싫은 운동이다. 이런 가장 하기 싫은 운동이라는 점이 꼭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스쿼트를 하다보면 허벅지가 강화되기 시작하면 운동의 효율이 증가하고 신체 전체의 퍼포먼스가 좋아진다.


다리가 튼튼해지면 쉽게 피로해지지 않기 때문에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줄게 되고 일상생활에서도 좀더 활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집에서 늘어져서 있기 보다는 산책이라도 즐기게 되고, 조금 더 힘이 붙으면 등산도 다녀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운동량이 늘어나므로 다시 신체가 강건해지고 운동이 즐거워진다. 이로 인하여 스쿼트 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일 팔굽혀펴기라면 어땠을까? 생활에서 팔힘을 쓸 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전반적인 컨디션 개선의 효과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쿼트의 온갖 좋은 점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스쿼트로 인하여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스쿼트만 제대로 해도 몸의 다른 부분의 강화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가장 자주쓰고 항상 쓰고 더 잘 쓸 필요가 있는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강화하면 모든 것이 극적으로 개선된다. 


그런데 팔굽혀펴기를 통하여 팔힘의 증진 외에는 무엇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그래서 운동에서 첫번째 고지는 하체가 충분히 강력해지는 것이다. 하체를 강화하는 단계는 힘들겠지만 하체가 강화되고 나면 그 열매는 달콤하다.


혈행이 개선되고, 생활하면서 필요한 모든 노동으로 발생하는 피로도가 줄어드므로 삶의 적극성이 올라가고, 잘 지치지 않게 되고, 하고자 하는 운동의 발전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일정한 수준이 되면 하체의 강화가 어려워지는 단계에 도달하므로 이 때에는 그 힘을 기반으로 다른 운동을 하면 보다 쉽게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기초를 쌓는다는 것은 이러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공부가 기초를 쌓는 것이 가장 어렵다. 


왜냐하면 결국, 기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필요한 영역이면서 가장 하기 싫은 우리의 약점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공부의 난이도는 기초만 떼고 나면 쉬워지게 된다. 


만일 기초를 떼고 나서도 쉬워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기초가 아닐 것이다. 

무협지를 즐겁게 보던 어느 날 


이상한 문구를 보았다. 


'상승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


드디어 그의 경지가 '상승'에 이르렀다.


이런 문구였다. 


당시에는 상승의 경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해당 한자어도 찾아보지 않아서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바둑을 배우면서 이 단어가 떠오르고 이것을 개인적으로 해석해서 쓰기 시작했다.


당시, 바둑 2급의 이등병이 자대에 배치되면서 병장들을 중심으로 바둑 공부의 열풍이 불었는데,


정말 무슨 수를 써도 2급의 고수를 이기기 어려웠다. 그 고수(이등병)가 병장들 면을 세워준다고 봐주기도 하고 


별별짓을 다했지만 모두들 알고 있었다. 어떤 수단을 써도 바둑으로 이 친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18급의 눈으로 보면 바둑은 완전한 카오스의 세계이고 우연이 상당 부분 작용할 것 같은데, 


결과는 지극히 일방적이다. 정말 박빙의 실력을 가진 자들만 어떤 우연이 작동할 뿐이다. 


가령, 두 사람이 칼을 들고 싸우다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이 이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커리큘럼을 하고 나면 누군가 일방적으로 이기기 시작한다.


물론, 훈련과정, 전술, 재능 등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지만 결국, 우연적인 과정이 사라지고 일방적인 결과로 귀결된다.


이런 승부의 세계를 보면 사람이 쌓아올리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어째서 이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상승의 경지라는 것을 제멋대로 두 가지 의미로 본다.


하나는 상승(勝)으로 항상 이긴다는 의미다.


고수가 자신보다 수가 낮은 하수를 상대로 항상 이기는 것으로 어떤 법칙을 깨우치고 그것을 몸으로 체득한 상태이다. 


정말 어지간히 드문 우연적 개입이 아니라면 고수는 항상 하수를 압살한다. 이는 고수의 눈에는 하수의 행동패턴이 보이고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수가 이해하는 하수의 패턴은 명시적이지 않다. 고수는 그냥 안다. 하수들에게 그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무언가 어떤 체계와 시스템이 머릿속에서 완결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두번째는 상승(昇)으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계속 실력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우리가 배우는 공부란 것은 처음에는 정말 더듬더듬거리면서 거북이처럼 움직이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이 쌓이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실력이 늘게 되는 지점이 발생한다. 


가령, 한글이나 한국어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처음 언어를 배울 때는 떠듬떠듬 배웠다. 한글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글을 잘 쓸고 읽을 수 있고 한국어 구사가 기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은 한국어 공부가 이루어진다. 친구들과 인터넷 신조어를 만들어 놀고, 학교 공부를 하고 개그프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표현이 는다. 물론, 힘써서 노력하는 경우가 더욱 많이 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젠 자연스럽게 한국어 실력이 깊어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해석한 '상승의 경지'라는 표현은 우리 머리나 몸으로 어떤 완결된 구조를 체득한 상태, 그래서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글을 예로 들어보자. 한글의 자음인 'ㄱㄴㄷㄹ....' 만 공부하고 익히고 말면 이것은 하등의 쓸모가 없다. 


하지만 자음과 모음을 전부 파악하고 이를 조합하고 발음하는 법을 알게 되고


그래서 한글 공부가 큰 노력 없이 읽고 쓰는 수준까지 도달하면 즉, 스스로 "한글을 어떻게 읽고 쓰는지 알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점에 다다르면


완전한 변화가 시작된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한글을 읽고 쓸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의 수단으로 한글을 항상 이용하게 된다.


자음만 공부한 사람과는 다르다.  자음만 공부한 사람은 "한글의 자음은 알지만 그래서 뭐를 어떻게 하라고?" 하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한글과 관련된 완결된 구조를 마무리한 순간 그는 스스로 "나는 한글을 알아"라는 상태가 된다. 


앞의 친구는 한글로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뒤의 친구는 한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는 완전히 구별된 상태이고 한글의 자음만 공부한 친구는 하수라면 전부를 공부한 친구는 고수가 된다.


이 고수는 한글을 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생활에서 한글을 사용한다. 주위의 간판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등등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고수는 자연스럽게 한글을 더욱 잘쓰게 되고 더욱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자음만 공부한 친구는 당연히 이를 잊어버리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서 괜히 시간만 버렸다고 불평할 것이다.


이러한 상승의 경지는 결국 발전의 토대를 의미하고 우리가 하는 공부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목표인 셈이다. 


또한 공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조적으로 완성되고 실제로 적용가능한 형태로 마무리 짓는 방식이 되어야 상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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