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학 공부는 별 기대 없이 시작했다. 국제음성기호(IPA)를 읽어보겠다는 의도로 책을 펼쳐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Anki로 외웠다. 그리고 일단, 외우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존에 외운 것에 대한 이해 때문에 그 다음 공부가 쉬워지고, 투자한 시간과 정신력이 아까워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김에 끝까지 공부하게 되었다. 물론, 전문적인 수준이 아니라 개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의 발음을 연습할 때 부딪치는 문제는 그 발음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소리로는 듣는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유튜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 영상을 찾아보면 좋은 예시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공’하고 발음하면 영어 원어민은 ‘콩’하고 따라한다. 그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다른 언어를 배울 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들에게 당연한 소리의 차이를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리 소리를 따라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영어로 ‘they’를 발음하면 우리는 ‘데이’로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가 ‘데이’라고 발하면 영어 원어민은 ‘tey'로 듣고 우리의 발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소리체계가 다르면 서로 소리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모국어 함정이라고 한다. 상대의 소리를 나의 소리체계로 번역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저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따라하기를 반복하면 나아진다고 생각할까? 일부 발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처럼 소리에 둔감하고 원래 발음까지 어눌한 사람은 듣고 따라하기로는 전혀 발전이 없다. 오히려 모국어 함정에 빠져서 왜곡된 발음이 그대로 굳어버리게 된다. 모국어가 없다면 아기처럼 해당 언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모국어가 이미 정착되었다면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모국어 함정을 피해서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내지 못하는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음성학은 말소리를 설명할 때, 우리가 소리를 낼 때 사용하는 혀나 입술 등의 기관의 움직임으로 설명한다. 성대를 떠는가? 혀의 위치는 어디인가? 입술은 어떤 모양을 하는가? 코로 공기가 흘러가는가? 파열인가 마찰인가? 숨소리가 많은가? 등으로 소리를 묘사한다. 그리고 음성 연습은 전부 혀와 입술 그리고 성대 등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연습을 하면 일단 소리를 낼 수 있다.


 연습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엔 they의 /ðeɪ/ 발음을 들으면 우리말의 /데이/로 들었다. 지금은 /ðeɪ/로 들린다. 어떻게 들리는 걸까? 처음에는 이렇게 저렇게 발음하라는 말을 따라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ð/를 발음할 때, 혀를 윗니에 살짝 대고 소리를 내보내라고 해도 그냥 /ㄷ/이랑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ð/와 함께 /d/와 /t/의 발음을 같이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차이가 몸에 새겨진다. 세 음이 모두 성대 입과 혀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의 차이에 따라서 어떻게 음이 달라지는지 구분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서로의 음이 구별되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비로소 음이 들려온다. /ðeɪ/가 /데이/로 들리지 않고 /ðeɪ/ 그 자체로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 개별 음의 연습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다른 음과 비교를 통해서 그 음의 차이를 인지해야 소리가 명확해진다. 


 개인적인 가설은 이렇다. 우리가 발성기관을 다르게 써서 다른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귀에는 똑같아 보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뇌는 현재 발성기관의 움직임과 소리를 동시에 비교하게 된다. /ð/, /d/, /t/를 각자의 발성 방식에 따라서 발음한다. 그러면 처음엔 우리 귀에는 /ㄷ/으로 들린다. 하지만 각각의 발성방식은 다르다. 따라서 이 소리를 듣는 뇌의 입장에서는 발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에 따라서 소리를 구별하려든다. 성대가 진동되는지 여부에 따른 차이나 숨소리를 섞었을 때의 차이 등을 면밀하게 구별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구분된 소리에 대한 신경 배선이 이루어지면 그 때부터는 /ð/, /d/, /t/, /ㄷ/를 구별하여 듣고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즉, 서로의 소리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별함으로써 음성이 체계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되면서 비로소 상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제 영어 듣기가 상당히 편해졌다. 내 발음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를 들을 때 생기는 이질감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이제 음성 기호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장착이 되어서 해당 소리를 그대로 머릿속으로 옮겨주는 느낌이다. 이렇게 장착이 되고 나니 예전에 얼마나 힘들게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영어 단어를 들을 때, 정확한 소리를 듣지 못하니 영어를 한글로 전환해서 문맥에 따라 비교하고 그에 맞는 단어를 찾아 영어로 다시 쓰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머리가 핑핑 도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러니 영어 듣기가 그리 힘들었고 미드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 하나가 나오면 그대로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확한 음성 기호가 어느 정도 장착 되니 자연스럽게 말소리를 듣는 게 조금씩 가능해졌다.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경험은 꽤나 신세계였다.



千字文 066 策功茂實 勒碑刻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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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策 - 꾀 책(채찍, 기록, 계책)

功 - 공 공(공로, 공적)

茂 - 무성할 무(무성하다. 왕성하다)

實 - 열매 실(열매, 실제, 참되다)

勒 - 굴레 륵(굴레, 강제하다, 조각하다)

碑 - 비석 비

刻 - 새길 각

銘 - 새길 명(새기다, 금석에 새긴 글)

 비석 등, 쇠나 돌에 새긴 글을 명문(銘文)이라고 함


2) 한자어

策功 - 공적을 기록하다.

茂實 - (공적에 따른) 상을 주다.

 상을 주어 공적에 따른 결실이 무성케

勒碑 - 비석을 조각하다.(비석을 세우다.)

 비석을 조각한다는 것은 비석을 세운다는 의미

刻銘 - 명문(銘文)을 새기다.


3) 4자 풀이

策功茂實 - 공적을 기록하고 (공적에 따른) 상을 주다.

勒碑刻銘 - 비석을 세우고 명문(銘文)을 새기다.


4) 8자 풀이

策功茂實 勒碑刻銘

공적을 기록하고 (공적에 따른) 상을 주었으며, 비석을 세우고 명문(銘文)을 새겼다.


5) 이전 구문

世祿侈富 車駕肥輕

策功茂實 勒碑刻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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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 2019-05-14 오후 9:53. 8자 풀이에서 "새기다"를 "새겼다"로 수정하고 Ankilog 파일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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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63 戶封八縣 家給千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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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戶 - 지게 호(집, 문, 지게)

 호(戶)는 민초가 사는 민가

封 - 봉할 봉(봉하다, 봉지, 그 수입원으로 먹게 하다)

八 - 여덟 팔

縣 - 고을 현(행정구역 중에 하나)

家 - 집 가

 家는 장군, 정승, 공, 경이나 제후의 집

給 - 넉넉할 급(넉넉하다, 공급하다, 주다)

千 - 일천 천(1000)

兵 - 병졸 병(군사, 병졸)


2) 한자어

戶封 - 민가는 ~을 봉하다.

八縣 - 8개의 현

家給 - 집에는 ~을 주다.

千兵 - 천 명의 병사


3) 4자 풀이

戶封八縣 - 민가는 8개의 현을 봉한다.

家給千兵 - 집에는 천 명의 병사를 준다.


4) 8자 풀이

戶封八縣 家給千兵

[공신에게] 민가는 8개의 현을 봉했고, [그 공신의] 집에는 천 명의 병사를 주었다.

   

한(漢) 나라가 공신(功臣)들에게 해준 대우


5) 이전 구문

府羅將相 路挾槐卿

戶封八縣 家給千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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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5-10 오후 11:23 Ankilog 파일에 오타 수정 및 [공신에게는] -> [공신에게]로 문구를 다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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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60 旣集墳典 亦聚群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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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旣 - 이미 기(이미, 벌써)

集 - 모일 집(모으다, 만나다)

墳 - 무덤 분(무덤, 옛 책)

 분(墳)은 3분으로 3황에 대한 사적을 기록한 책을 지칭

典 - 법 전(법, 책)

 전(典)은 5전으로 5제에 대한 사적을 기록한 책을 지칭

亦 - 또 역

聚 - 모을 취

群 - 무리 군

英 - 꽃부리 영(꽃부리, 재주와 덕이 출중한 사람)


2) 한자어

旣集 - 이미 모으다.

墳典 - 3분 5전의 오래된 책들

亦聚 - 또 모으다. 

群英 - 재주와 덕이 출중한 사람의 무리


3) 4자 풀이

旣集墳典 - 이미 3분 5전의 오래된 책들을 모았다.

亦聚群英 - 또, 재주와 덕이 출중한 사람의 무리를 모았다. 


4) 8자 풀이

旣集墳典 亦聚群英

이미 3분 5전의 오래된 책들을 모으고, 또, 재주와 덕이 출중한 사람의 무리를 모았다. 

    

광내전에 오래된 사적을 모아놓고, 재주와 덕이 출중한 사람들을 모아 승명전에서 강론과 토론했다는 이야기다.


5) 이전 구문

右通廣內 左達承明

旣集墳典 亦聚群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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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59 右通廣內 左達承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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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右 - 오른 우(오른쪽)

通 - 통할 통(통하다)

廣 - 넓을 광

內 - 안 내(내부, 안쪽)

左 - 왼 좌(왼쪽)

達 - 통달할 달(도달하다, 이르다, 통하다)

承 - 이을 승

明 - 밝을 명


2) 한자어

右通 - 오른쪽은 ~에 통한다. 

廣內 - 광내전

 한(漢)나라 궁전에서 도서를 보관하던 건물

左達 - 왼쪽은 ~에 이른다.

承明 - 승명전 

 한(漢)나라 궁전에서 서적과 사서를 교열하던 건물


3) 4자 풀이

右通廣內 - 오른쪽은 광내전으로 통한다.

左達承明 - 왼쪽은 승명전에 이른다.


4) 8자 풀이

右通廣內 左達承明

오른쪽은 광내전으로 통하고 왼쪽은 승명전에 이른다. 

     

한(漢)나라 궁전의 전각을 설명하고 있음


5) 이전 구문

陞階納陛 弁轉疑星

右通廣內 左達承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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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i로 문장 암기하기 3 아는 것이 없어서 일단 통째로 외운 이야기


 Anki로 문장 암기하기 2에서 문장 암기의 장단점과 현재의 생각을 이야기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는 문장 암기하기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시작 해보자. 


 Anki를 통해 암기가 가능해지자 동양학을 외우기 시작했다. 십여년 전부터 동양의 사고체계를 나름 분석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어떤 지혜가 있는지,  어떤 인간의 정신적 구조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특히, 사람이 이중-구조로 작동한다는 나의 생각과 중국의 음양사상과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고 싶었다. 


 십수년 전부터 동양학에 관한 책을 곁눈질해왔지만 곁눈질은 곁눈질일 뿐이었다. 그 내부로 파고들 방법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주제들은 일관되지 않거나, 혹은 너무 총체적이고 문학적이어서 책을 읽다보면 막연한 동양적 느낌만 남을 뿐이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동양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일암기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추상적인 사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이나 명리학 같은 구체적인 술기들 위주로 외워 익혀서 현실에서 끊임없이 사용해보아야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에 도달했었다. 평생, 암기를 거부해왔던 나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Anki를 만나면서 암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붙으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유도 모른채 닥치고 외워야 하는 동양학이 만만해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명리학, 한의학, 풍수, 병법, 동북아의 역사와 지리, 언어, 과학기술 모두에 음양오행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전개하고 있다. 결국, 명리학이든 한의학이든 하나만 제대로 익히면 그 음양오행이라는 틀의 변주를 통하여 나머지 풍수, 병법, 동양 과학 등을 모두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너무 효율적이다. 그리고 6~70세 이후에는 배운 것으로 용돈벌이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노후에도 좋을 것 같았다. 동양학 공부에 확 꽃혀버린 나는 명리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좋은 Anki 카드를 만들려면 열심히 책을 읽고 요약 정리하여 그에 맞추어 노트와 카드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라면 그런 방법은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명리학 공부가 그랬다. 일반적인 교과서처럼 이해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해석이 나오고 가끔은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 해석이 나온다. 뭔가 이치를 제시하는 책들은 대부분 주역과 하도낙서를 언급하지만 제시된 근거와 이치들이 어째서 이런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거나 설득력이 전혀 없다. 걸핏하면 ‘심오’하고 ‘오묘한’ 이치들이다. 어떤 말들은 서로 모순되고 이랬다저랬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을 요약하고 간략하게 정리하여 Anki로 카드를 만들 수 없다.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에서 책을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이해가 어려우면 그냥 책을 통째로 외우면 무언가 이해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면 빈칸 만들기로 카드를 만들었다. 문장을 통째로 Anki에 집어넣고 빈칸을 만들어 저장한 것이다.  문장 암기가 처음이고 내용도 너무 어려워 보여서 똑같은 카드를 수십개씩 과잉으로 만들어서 반복해서 암기했다. 이해가 어려우니 그냥 이해를 포기하고 무턱대고 반복 숙련으로 암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문장을 통으로 암기하다 보니 그냥 책으로 읽었을 때는 전혀 이해되지 않던 문장들이 하나둘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책을 통째로 외우고 있으니 단순히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문장을 다 대조하고 머릿속에 담아둔 상태에서 다른 문장을 외우고 있으니 잘 이해가 안 되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오해하지 말자. 이해가 되었다고 명리학 책에서 없던 근거를 깨닫거나 무언가 심오한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 외우고 나서는 그 책이 믿을 수 없는 엉터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엔 한두 가지씩 미세한 흠들이 보이더니 뒤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오타와 비문이 많아졌고, 스스로 한 말을 뒤집고 포장하는 것이 전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한 챕터를 남겨두고 더 이상 책을 외우지 않게 되었다.


 그럼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나? 매우 많아서 한 가지로 말하긴 어렵다. 지금부터는 문장으로 외운 경험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설명해보고 싶다.


 우선, 문장은 책에 쓰여진 그대로 외워지지 않는다. 문장에 비문이 있거나 오타가 있으면 외우다가 강력한 거부감이 든다. 때론, 글의 구성이나 리듬이 이상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문장을 외우는 과정은 첫번째로 문장이 말하는 바를 문장이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수정이나 파악 없이 억지로 외우려고 하면 당일은 외워도 다음에 카드가 나왔을 때 자주 혼동하게 된다. 놀랍게도 잘못되거나 어색한 문장을 암기하면 내 머릿속은 그 문장을 기피하고 싫어한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오타에 민감하거나 문법을 따지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문장 암기를 하면 내 머릿속은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오타와 문법을 따진다.


 문장을 적절히 파악하여 이를 수정하면 가장 먼저 입이 반응한다. "입에 착 달락붙는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리고 그 순간 외운 문장을 "알겠다"라는 감각이 찾아온다. 이 감각이 정말 신기했는데, 잘 모르는 내용임에도 정말로 "내가 그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다."라는 감각이었다.


 "안다"라는 감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곰곰이 따져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문장이 입에 착 달라붙는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문장이 전개되고 "안다"라는 감각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양감과 함께 지식이 손에 잡히듯 느껴진다. 그리고 머릿속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무언가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감각이 왜 찾아오는지 고민한 끝에 생각해낸 가설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신경체계는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기쁜 일이 있어도 웃지만, 역으로 계속 웃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뇌가 기쁜 일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상황을 기쁘게 해석하고 기쁜 기억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울상을 하고 있으면 뇌가 슬픈 일이 있다고 판단하고 상황을 슬프게 해석한다. 우리가 입에 착 달라붙는 문장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외울 때, 뇌는 그 문장을 스스로 말한 것으로 판단한다. 즉, 나 자신이 생각해서 말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머릿속을 뒤져 그 이유를 만들어낸다. 적절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기억을 떠올리고, 활발하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아마도 신경세포들이 연결될 때의 느낌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느낌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 "안다"라는 감각에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을 전하는 문장을 외웠을 때, 가끔씩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면서 어떤 중요한 것을 알듯말듯한 감각은 익숙하게 해당 문장을 외우게 된 순간 사라진다. 이 때부터는 그저 문장이 기계적으로 외워질 뿐 고양감과 성취감, 새로운 통찰로 연결되는 영감이 사라져 버린다. 이미 관련 신경들의 연합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변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가설에 따르면 문장암기는 나의 내면에 저자를 재형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즉, 내 깜냥 안에서 내 스스로 저자가 된다. 그러니 저자가 무슨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손에 잡힐 듯이 이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책을 통째로 외운다면 거의 책을 쓴 저자를 통째로 형성시키는 셈이다. 물론, 중간중간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과 중언부언하는 내용들,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들 때문에 설득력을 잃고 말았지만 그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를 수 없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효과들은 암기할 내용이 복잡한 문장의 형태를 띨 수록 잘 드러난다. 복잡한 문장들일 수록 머리가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단순한 지식의 대응인 "소년-boy"  같은 단순 암기는 "안다"는 느낌이나 "새로운 통찰력으로 이어지는 깊은 고양감"을 주는 경우는 잘 없다. 


 이런 문장암기 덕분에 엉망진창의 명리학 책을 외우면서, 필요한 지식은 흡수하고 냉정하게 그 책을 폐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깊은 독서 경험은 게걸스럽게 책을 외우는 시작이 되었다. 새로운 지식을 문장형태로 외웠을 때, 맛보는 "안다"라는 감각과 "새로운 통찰로 이어지는 영감"이 쾌락에 가까운 성취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년 정도 지나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해당 방식을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千字文 048 節義廉退 顚沛匪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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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節 - 마디 절(마디, 절조, 절개, 지조)

義 - 옳을 의(옳다, 의리, 뜻)

廉 - 청렴할 렴

退 - 물러날 퇴(물러나다, 양보, 겸손)

顚 - 엎어질 전(엎어지다, 정수리)

沛 - 자빠질 패(넘어지다, 자빠지다)

匪 - 아닐 비, 금지하는 말

虧 - 이지러질 휴(이지러지다, 어그러지다)


2) 한자어

節義 - 절개와 의리

廉退 - 청렴과 겸손

顚沛 - 엎어지고 자빠지다.(다급하고 위급한 상황)

匪虧 - 어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


3) 4자 풀이

節義廉退 - 절개와 의리와 청렴과 겸손

顚沛匪虧 -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


4) 8자 풀이

節義廉退 顚沛匪虧

절개와 의리와 청렴과 겸손을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


5) 이전 구문

仁慈隱惻 造次弗離

節義廉退 顚沛匪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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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9-04-23 오전 4:24 Anki카드 노트 유형 변경 및 카드 수 줄임(26개), 상단에 주의문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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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46 交友投分 切磨箴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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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交 - 사귈 교(사귀다, 서로)

友 - 벗 우(친구)

投 - 던질 투(던지다, 의탁하다)

分 - 나눌 분(나누다, 분수, 직분, 정분)

切 - 끊을 절(끊다, 자르다)

磨 - 갈 마(갈다)

箴 - 바늘 잠(경계하다, 훈계하다)

規 - 법 규(법, 바로잡다)


2) 한자어

交友 - 친구를 사귀다.

投分 - 친분[分]을 서로에게 의탁[投]하다. 

   친분을 주고받는다.

切磨 - 자르고 갈다.(절차탁마하다)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줄임말이다. 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내듯이 학문과 덕행을 갈고 닦는다는 의미다.

箴規 - 경계하여 바로잡다.


3) 4자 풀이

交友投分 - 친구를 사귀어 친분을 주고받다.

切磨箴規 - 절차탁마하고 경계하여 바로잡는다.


4) 8자 풀이

交友投分 切磨箴規

친구를 사귀어 친분을 주고받고, 절차탁마하고 경계하여 바로잡는다.


5) 이전 구문

孔懷兄弟 同氣連枝

交友投分 切磨箴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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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9-04-11 오후 10:56  이상한 문구를 다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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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43 外受傅訓 入奉母儀


주의 : 아래에 포스팅된 천자문은 한학 초보가 공부하기 위하여 여러 책들을 보고 자의적으로 정리한 내용에 불과하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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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外 - 바깥 외(바깥, 表)

受 - 받을 수

傅 - 스승 부(스승, 師)

  傳(전할 전)과 모양이 유사함 주의

訓 - 가르칠 훈

入 - 들 입(들어오다)

奉 - 받들 봉

母 - 어머니 모

儀 - 거동 의(법, 태도, 예절)


2) 한자어

外受 - 외부에서 받다.

傅訓 - 스승의 가르침

入奉 - 들어와 받들다.

母儀 - 어머니의 거동


3) 4자 풀이

外受傅訓 - 외부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다.

入奉母儀 - 들어와 어머니의 거동을 받든다.


4) 8자 풀이

外受傅訓 入奉母儀

외부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들어와 어머니의 거동을 받든다.


5) 이전 구문

上和下睦 夫唱婦隨

外受傅訓 入奉母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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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학습용 Anki 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nkilog 파일: 千字文 043.ap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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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036 天地玄黃 宇宙洪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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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별 한자 

容 - 얼굴 용(얼굴, 용모)

止 - 그칠 지(행동, 멈추다)

若 - 같을 약(같다)

思 - 생각 사

言 - 말씀 언

辭 - 말씀 사(문장을 이룬 말)

安 - 편안할 안

定 - 정할 정


2) 한자어

容止 - 용모와 행동

  정적인 과 동적인 (움직임과 멈춤)로 대비되어 있음.

若思 - 생각과 같다.

言辭 - 말

  간단한 말[]과 문장의 형식을 갖춘 말[] 전부를 의미함

安定 - 편안하고 결정되어 있다(안정하다).


3) 4자 풀이

容止若思 - 용모와 행동은 생각한 것과 같게 한다.

言辭安定 - 말은 편안한 가운데 할 말을 결정해서 한다.


4) 8자 풀이

容止若思 言辭安定

용모와 행동은 생각한 것과 같게 하고 말은 편안한 가운데 할 말을 결정해서 한다.


5) 이전 구문

川流不息 淵澄取映

容止若思 言辭安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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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ilog 파일: 千字文 036.ap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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