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한자를 암기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늙그막에라도 동양의 경서들을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무르익으면 동양의 현자들과 경서를 통해 만나보아도 즐겁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하기 귀찮지만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 기초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냥 부수한자를 외우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었다. 일단, 부수한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문화권마다 조금씩 달랐고 선정기준도 달랐다.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주로 통용되는 214자이므로 이에 대한 다른 대안은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 다음은 이 부수한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이런 형태를 띄었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문제였다. 이를 설명해놓은 책이나 위키, 한자 사이트, 한자 사전 등이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고 모두 동일한 이야기를 하는데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찾아보니 한자의 기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갑골문과 고고학 인류학 등이 한자의 기원과 고대의 습속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발견이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각종 한자를 천지인 사상이나 음양사상으로 분류하고 새로운 밑그림을 끊임없이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방황하다가 결국, 내 스스로 정확한 한자의 기원을 정리해서 보여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수한자를 암기하는 목적은 오래된 중국 고대의 고고학적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고대의 습속을 반영해서 갑골문이 만들어지고 한자가 만들어졌지만 결국, 정형화된 문자체계로 발전했고 문예의 부흥과 함께 그 시대에 통용되는 의미를 반영해왔다. 결국, 과거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객관적인 사실을 몰라도 후대에 어떤 의미와 맥락으로 쓰였는지 아는 것으로 경서를 읽고 그 의미를 음미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갑골문과 한자에 대한 연구결과들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한자들이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어떤 의미를 갖추었는지 위주로 보게 되었고,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해석도 주로 해당 의미와 맥락에 맞게 다듬었다. 그러니 이 부수한자 앙키로그(Ankilog)에서 전개한 한자에 대한 설명은 별로 정확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한자를 암기하기 좋게 없는 사실을 붙이거나 하진 않았다. 여러 곳에서 전개된 한자에 대한 설명 중에서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것 위주로 편집했을 뿐이다. 


부수한자 앙키로그(Ankilog)를 공부할 사람은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해당 부수한자 공부를 모아놓은 것들을 다운받아서 Anki에서 하나하나 실행하면 된다. 


Anki를 실행해서 부수한자 카드를 열면 상단에 링크가 걸려있으니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가볍게 한 번 읽어보고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읽을 내용이 매우 적어서 부담없이 보고 공부하기 좋게 되어있다. 


부수한자 심화학습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해당 한자의 기원, 부수로써 의미, 각종 특이사항 들을 최대한 축약해서 정리해놓은 것을 앙카로 정리해놓은 것인데, 꼭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수한자연습을 통해서 해당 한자의 모양과 뜻, 독음을 공부할 경우에도 앙키로그(Ankilog)에 들어가서 꼭 한번 읽어보고 암기를 한다면 암기 효율도 올라가고 지나치게 기계적인 암기로 빠지지 않게 해줄 것이다. 


해당 앙키로그(Ankilog)를 작성하면서 내 스스로도 부수한자를 암기했다. 부수한자연습으로 글자의 모양과 뜻, 독음을 공부할 경우에는 하루에 2~3개의 앙키로그도 쉽게 공부할 수 있었지만 심화학습을 같이 공부하면 하루 한개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시간상으로는 30분 정도면 부수한자연습과 심화학습을 확실히 1개씩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 때문에 더이상 암기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하다보니 조금씩 요령도 붙고 외우는데 이력도 나면서 정신적 피로감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암기하는 것은 힘든 경험이었다. 이런 힘든 경험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은 암기를 하면서 얻게되는 성과를 조금씩 체감한 덕분이다. 


암기를 진행하면서 몇 가지 성과를 얻게 되었다. 


우선, Anki를 통하여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이 착실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내용들도 확실히 기억이 났고, 스스로 확신을 못하는 내용임에도 맞춰보면 대부분 맞는 것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무의식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는 암기가 공부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한 것이다. 암기를 하다보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아무리 리듬을 맞추고 입으로 반복해도 뒤돌아서면 바로 이상하게 변형된다. 다른 의미로 변환되는 것이다. 스스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나의 뇌가 스스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다음날이 시험이고 벼락치기로 공부할 때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공부는 평생 공부로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하는 공부라서 그런지 암기를 하다보면 절로 깨우치는 바가 많았다. 그리고 암기를 하면서 기초를 다지면서 나아가니 빠르진 않더라도 그 진도가 나가는 것이 거침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는 정신적인 체력이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암기하는 것은 꽤 강력한 정신적 작용인 것 같다. 일단, 외우고 외운 것을 다시 꺼내는 일련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꽤나 강력한 몰입감이 있다. 물론, 그 몰입감이 자연스러운 흥미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정신적인 에너지를 쓰는 것이라서 그런지 피곤하다. 아마도 암기를 하는 것의 어려움이 바로 이 에너지를 쓰는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위적으로 정신적인 에너지를 쓰는 피곤함 때문에 암기를 하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지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상당한 장점이 있다. 우선, 그 몰입감 자체가 상당히 즐겁다. 몰입에 들어가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몰입감 자체는 매우 즐겁다. 스스로 잘 통제되는 느낌이 있고, 심란한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그러다 보니 암기할 것이 없는 날은 조금 허전하다. 남아도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부터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암기할 것이 있어야 하루가 충실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정신적인 에너지 용량이 조금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확실한 발전으로 인한 성취감이다. 새로운 암기를 할 때마다 이전과 다르게 조금이지만 분명히 발전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껍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취가 있는 것으로 꼽는 대표적인 것이 운동인데, 운동은 매순간 발전하기 어렵다. 상당기간 동안 노력을 통하여 어느 순간 발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Anki를 통한 암기는 그 카드수만큼 축적된다. 마치 카드가 축적되는 것이 보이니 무형의 지식 축적이 유형의 재산을 축적하는 느낌을 주어서 매우 구체적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부수한자의 경우 어느 순간부터 복잡한 한자가 명료하게 인식되고 한두번 스치듯이 본 한자를 바로 기억해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 성취감이 더욱 늘어나기 시작했다. 


암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암기할 양도 많으면 더더욱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앙키로그(Ankilog)는 요약된 설명으로 최대한 축약하고 암기할 것은 그보다 더 축약해서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5분 정도,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는 시간 동안에 간단히 암기하고 끝낼 수 있는 최소분량으로 쪼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가볍게 암기해보고 그것이 끝나면 다음 것을 암기하는 식으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암기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기도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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