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암기가 가능하니 어떤 지식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이는 내 경우 특히 그런데, 평생 암기가 필요한 지식들을 탐하면서 결국, 입맛만 다시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암기하고 그 암기한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발전하는 즐거움에 중독될 지경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3종류의 공부가 있다. 수학이나 물리 같이 배울 것은 많지 않지만 익혀야할 것이 많은 공부가 첫 번째다. 공식 하나를 배우는 것은 쉽지만 그 공식을 이리 저리 응용할 수 있을 때까지 숙련시키는 것이 이런 공부의 특성이다. 암기할 것은 많지 않지만 사용경험이 많이 쌓여야 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두 번째는 암기할 것이 무진장 많고 응용할 일을 잘 없는 공부들이다. 대부분의 어학이나 생물, 역사 등 상당수의 공부가 이 암기 위주의 공부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재능으로 배우는 공부가 있다. 이건 타고나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음감이나 균형 감각이 이런 측면이다. 


암기하는 것을 싫어하고 별 다른 재능이 없던 나로서는 그저 수학 및 물리가 주된 전공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제 암기가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막혔던 가능성이 열렸다. 오래된 욕구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솔직히 너무 신난다. 너무 공부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고민이다. 줄여야 한다. 무엇을 공부할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젊은 시절처럼 첨단의 과목을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은 욕망은 많지 않다. 지금의 공부는 그저 온전히 나 자신의 발전과 성취에 맞추고 싶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스스로 자족할 수 있게 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 쓸데 없는 것들을 가지치고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우선,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다. 이제 모든 삶은 디지털로 변환되었다. 나이 들어서 아날로그적 삶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사회를 읽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개인적인 아이디어와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공부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공부가 잘 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게 된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저 인터넷 포탈에서 주는 정보만 보면서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전히 IT 기술은 개인적인 삶에서 그 응용가능성이 무한해 보여 항상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가내수공업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보고 싶다. 특히, 배우고 익힌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최종 환경은 결국,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어, 근본적인 내공을 쌓아놓고 싶다.


두 번째는 어학이다. 국내에 번역된 도서를 읽다가 그 오역과 비문의 맛을 즐기다 보면 원문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유자재로 원서를 읽으면서 그 깊은 맛을 보고 싶다. 특히, 한문은 한글로 번역된 것을 보느니 차라리 고문으로 읽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영어는 정말 필요하다. 인터넷에 온갖 고급 지식이 공개된 자료 형태로 영어로 떠돌아다닌다. 공개 자료들이 국내 서점에 출간되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책값이 일종의 무지에 따라 지출하는 세금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그 오역은 정말 화가 난다. 게다가 미드는 자막 없이 보아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다. 


각종, 신체 언어나 face reading, 관상 등 사람을 관찰하는 기술들을 익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면서 셜록홈즈 마냥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관찰한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혹시, 사업을 하거나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직업이라면 이런 종류의 지식을 구비해서 익혀두면 잘 속지 않을 것이고 아이를 기르거나 가정생활을 함에도 훨씬 지혜로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관련 기술은 알아 두면 세월과 함께 성숙하고 정련되면서 보석 같은 지혜로 남아 일생의 큰 무기가 되어줄 것이므로 더더욱 익혀두고 싶다.


원래, 철학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지만 실제로는 그 내공이 거의 없다. 그저 읽기만 했기 때문에 결국, 내 것으로 만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유식한 척을 할 수는 있지만 내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계철학사 한권쯤은 외워두고 싶다.


그 외에도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수많은 지식들이 있다. 인공지능, 동양철학, 불교 등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 모든 것들이 암기가 되지 않아서 그저 손가락만 물고 있던 지식들이다. 이제는 전부 익힐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동양철학은 노후를 위해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70살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을 따져보니 동양학 공부를 확장시켜 사주팔자나 관상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분야들은 과학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평생 그 신빙성을 의심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공부해보고 싶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 덕담하기도 좋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나이 먹은 노인이 할 수록 오히려 더 신뢰를 받을 수 있고 결정적으로, 수익성이 좋아보이기도 한다. 한문과 동양철학 공부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공부해 보도록 하겠다. 


공부하는 것이 내 자신의 성취로 온전히 돌아오면서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지금은 매일매일 내 욕구와의 전쟁이다. 매일매일 공부량을 늘리고 싶어하는 자신을 다독이면서 성급하지 않도록 하느라 힘겹다. 이 블로그 쓴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으면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욕구에 시달린다. 블로그에 올리기 어려운 공부내용도 많다. 책을 거의 통째로 외우다 시피 해야하는 것들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관련해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그런 내용들은 다시 정리해서 또 블로그로 올릴 계획이다. 이 계획표를 보니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모자라 보이지만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나름 즐거울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