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i로 시험공부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평생 쌓아올리기 위한 공부 그 자체를 위하여 지식을 확고하게 다지면서 나아가기 위한 용도로 더욱 적합하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용도로만 Anki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시험을 볼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평생 공부를 위하여 Anki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을 Anki로 정리하는 과정이 공부의 시작이다. 이때, 내용을 어떻게 축약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1차적인 공부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일단, 공부가 되고, 실제로 카드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는 Anki로 지식을 외우는 과정에서 공부가 된다. 제대로 된 암기는 지식의 이해과정이 동반된다. 사람들은 흔히, 암기를 하면 이해를 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일상에서 암기를 하는 과정이 시험을 앞두고 지식을 이해하지 않은 채로 그저 기계적으로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주입식으로 암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생 동안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상황에서는 암기와 이해가 따로 갈 수 없다. 실제로 Anki로 암기를 하다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잘 암기 되지 않고, 어떻게 임시방편으로 잠시 암기를 했어도 2~3일 지나면 다시 내용이 뒤틀리면서 암기한 내용이 틀려지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암기만 하려고 노력해도 저절로 지식에 대한 이해가 진행되는 것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지식을 외우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내용을 살피다 보면 그 지식에 대한 이해가 생겨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아마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 내용을 지식으로 기억하겠다는 행위를 반복할수록 우리의 뇌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당 내용을 다른 배경지식에 연계시켜 장기기억 시스템에 편입시키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쾌락과 성취감과 고양감을 받을 수 있다. 이 순간만은 공부에 쾌락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확인할 수 있다. 의미가 통합되고 내용이 확연히 파악되는 경험은 상당한 쾌락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는 해당 문구를 일부러 찾아서 반복적으로 되뇌이면서 이해를 높이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문구들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부터는 그런 쾌감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어떤 문구가 쾌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해가 구축되는 과정이 쾌락을 준다는 점을 체감하고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고 넘어갈 때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암기를 시도하면 보다 깊고 자세하게 지식을 통찰하게 되고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통합되면서 자기 것으로 변한다. 이 과정은 분명히 책을 읽기만 했을 때와는 구별되는 더 깊은 이해과정인 것이다. 덕분에 지식을 외우다 보면 앞서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이 때, 이것을 내버려 두지 않고 수정해야만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중복되거나 필요 없는 카드나 노트는 삭제해야만 한다. 특히, 이 삭제는 매우 중요하다. 필요 없는 카드를 외우고 있었다면 반드시 삭제해서 미래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어나는 카드로 인하여 학습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카드는 쌓인다. 아무리 Anki가 효율적으로 카드를 분배해준다고 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카드의 개수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암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수정해주어야 한다. 처음엔 카드를 많이 만들어서 해당 지식을 숙련시키고 내용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내용이 완전히 파악된 것들은 이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씩 응축시키고 필요없는 곁가지와 중복된 내용들을 잘라내고 응축시켜서 카드의 수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그러면 더 적극적인 복습을 수행하면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 쉬워지고 카드의 수가 줄어들면서 미래에 발생할 부담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공부가 아닌 공부 그 자체를 위하여 지식을 정리하고 쌓는 관점에서 Anki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내용을 적어보았다. 특히, 최근에는 카드의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미 하루에 3시간 이상 Anki를 하고 있어서 조금씩 부담되는 것도 있지만 더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카드를 삭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후에는 카드를 만드는 단계에서 삭제를 위한 시스템적인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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