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이 아니라 그냥 무호흡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이야기 하려는 것은 내가 경험한 수면무호흡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관찰하거나 연구한 바가 없으므로 이 모든 이야기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하지불안 증후군이 피곤한 가운데 불편한 감각으로 잠을 재우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은 잠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수면무호흡이 경미하다면 잠을 자도 이상하게 피로가 안 풀리는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내 경우처럼 심해지면 잠을 자는 것이 임사체험에 가까워진다. 그냥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악몽에 시달리아가 죽었다 깨어나는 기분으로 일어난다. 거기에 그 날 하루종이 두통이 따라오는 것은 덤이다.


 슬프지만 이 증세가 수면무호흡이라고 의심하게 된 것도 이미 4~5년 정도 시달린 다음의 일이었다. 그것도 수면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보다가 내 증세를 의심한 것에 불과했다. 의심은 했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수면과 상관없는 상황에서도 항상 두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통은 항상 목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체감된다. 목과 어깨에 살짝 담이 걸리는 느낌을 받으면 1~2시간 내에 반드시 두통이 올라오고, 그 두통은 하루 종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거북목이나 자세가 원인일 것이라고 보고 자세 교정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엉뚱한 곳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것은 코였다.


 원래, 집안이 유전적으로 코가 별로 좋지 않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부터 코를 쓰지 못해서 입으로 숨을 쉬었다. 내 경우도 초등학교 때 중증의 축농증이 발병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다. 그 때는 혼자서 코에 쌓인 농을 입으로 뱉는 법을 깨달아서 문제를 해결했었다. 그 뒤로 코가 종종 많이 쌓이긴 했지만 입으로 뱉고 손가락으로 코를 파면 생활에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코에 관한 것을 잊고 산지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코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보고 나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코를 깔끔하게 청소하면 시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코를 통해서 온갖 이물질이 나올 때면 시원한 배설의 쾌감을 느꼈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코를 세척이 귀찮았기 때문에 코가 꽉 막혔을 때만 세척했다. 일주일에 1~2번 정도 코를 세척했고, 그냥 그 순간 시원해지는 감각만 즐겼다. 


 수면무호흡으로 잠에서 깨어 헐떡대던 순간, 혹시나 코가 막힌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코를 세척해봤다. 놀랍게도 상태가 호전되어 꽤나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실은, 이 때, 코가 막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고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코를 세척하고 나니 호흡이 훨씬 쉬워졌다. 내 스스로 코가 막힌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일주일에 1~2번 하던 코 세척을 매일 하기 시작했다. 하면 할수록 코 세척 이후 컨디션이 급격히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내 증세가 진행되는 상황을 열심히 관찰해보니 깨닫는 바가 있었다. 코는 수시로 막히지만 내 스스로 코가 막혔는지 잘 모른다. 코가 막히고 호흡이 힘들어지면 거기에 맞춰 몸의 활동도 축소되고 생각도 축소되었다. 이 때의 느낌은 몰입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산소 부족과 함께, 두통이 밀려온다. 비록 손으로 코를 파느라 정신 없지만 딱히 코가 막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호흡이 막힌 상태 그대로 계속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두통이 올 때쯤이면 스트레스로 어깨도 굳어버리고 목도 뻐근해진다.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의식적으로 코를 세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고, 목이 풀리며, 두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수면무호흡이 아니라 일상 무호흡이었던 것이다. 


 그 동안 거북목이나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에 두통이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일상에서 계속 무호흡 상태였기 때문에 두통이 오고 목이 뻐근해졌던 것이다. 목의 아픔도 코 세척과 함께 같이 사라졌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나는 20년간 나를 괴롭혔던 지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시도를 해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방법은 코 세척과 코 속 이완이었다. 코 세척은 코 속의 이물질을 제거해준다. 농이 찬 것이나 이물질 들을 쓸어 내려 준다. 보통, 이물질만 제거해줘도 호흡이 많이 편해진다. 하지만 종종 아무리 코 세척을 해도 코가 막혀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코 속의 비갑개가 부풀어 오르거나 점막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러면 왜 부풀었을까? 흥분 때문이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내린 결론이므로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여자 친구한테 흥분할 때, 술을 마셨을 때, 거의 반드시라고 할 만큼 두통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 즉, 코가 막힌 것은 스트레스나 흥분으로 코에 혈류가 모여 코 속이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코를 세척하고 나서도 코가 막혀있으면 마음을 달랬다. 뭐에 흥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코 속에 힘이 들어간 부분에서 힘을 빼려고 시도했다. 다행히도 코 속은 매우 쉽게 이완되었고 호흡은 바로바로 좋아졌다. 조금 익숙해지니 이제는 코를 세척하면서 동시에 이완이 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20년간 나를 괴롭히던 지병을 극복하게 되었다. 더 이상 일상의 두통도 없고, 수면무호흡도 없어졌다. 물론, 잦은 코 세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만족한다.


 원래는 수면무호흡이라는 질병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내 경우는 일상의 무호흡이었다. 그리고 그 무호흡은 너무나 내 삶을 좌지우지 했다. 무호흡에 시달릴 때에 내 일상은 조울증 그 자체였다. 어느 날은 불안하고, 두통으로 고생하고, 어느 날은 너무 밝아졌다가 이유 없이 다시 우울해진다. 그런데 무호흡이 없어지니 기분과 정서가 차분해졌다. 내 정신이 맑은지 흐린지도 몰랐는데, 이제 코 세척을 하고 나면 정신은 확연히 맑아진다. 


 수면무호흡, 코골이, 비염 등으로 고생한다면 반드시 코 세척과 코 이완을 연습해보자. 별로 어렵지 않고, 부작용도 없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코 세척 동영상이 수없이 많이 나타난다. 별 다른 증세를 느끼지 않더라도 시험 삼아 코 세척과 이완을 해보자. 무호흡은 자각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왜 내 기분이 매일매일 널뛰기를 하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무호흡이 없어지고 나서야 숨을 잘 못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니 스스로 무호흡에 시달리는지 코 세척을 통해서 실험해보자. 운이 좋으면 자기도 모르는 컨디션 저하나 집중력 저하 등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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