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은 그야말로 절망과 좌절의 연속입니다. 독감으로 고생하는 와중에 그림 그리는 것 때문에 크게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바로 직전에 쓴 글을 보신 분이라면 작대기 두 개를 성대라고 표시하고 있는 제 그림 실력을 바로 보실 있습니다. 아무런 디테일을 표현할 수 없어서 그냥 작대기 두 개를 그렸습니다. 더 슬픈 것은 그 그림을 그리는데 2주가 걸렸다는 점입니다. 말이 2주이지 스스로의 재능과 실력을 깨닫고 자각하고 인정하는 자학의 기간에 가까웠습니다. 그림만 그리려고 하면 모든 것이 멈춰 버리고 셧다운 되어버리는 일상의 나날이었습니다. 재능이 없는 거지요.


 음성학 포스팅에 집어넣을 그림을 위해서 한 달 정도 열심히 GIMP를 익혔습니다만 여전히 다루기 힘들고 어색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멍하니 멈춰 버립니다. 최근에는 드로잉을 익혀보려고 책을 사서 연습해보고 있습니다만 인연이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낍니다. 연습을 해도 무엇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재미도 없고 점점 멀리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게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원래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음성학 포스팅을 올리는게 쉽지 않네요. 아마도 그림이 무슨 필요냐고 말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길게 보면 그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올릴려고 하는 내용들은 점점 복잡해질 것이고 영어 공부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올리려고 노력중입니다. 영세한 블로거로서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제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습니다. GIMP는 저에게 적합한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그림은 예술적인 영감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저에게 필요한 것은 그림 보다는 도안에 가깝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려면 벡터 기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런 도구더군요. 저는 그런 오픈소스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잉크스케이프(Inkscape)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유튜브에 사용법과 사용례들이 많이 나와서 익히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GIMP와는 달리 잉크스케이프 동영상 강의들을 보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역시 저는 이공계여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출하는 미술보다는 도형과 간단한 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나마 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그나마 도구의 사용법들이 보이고 어떻게 전개해야할지가 조금 보이기 때문입니다. GIMP에서는 재능의 편린조차 볼 수 없었다면 잉크스케이프에서는 손발은 움직여볼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그나마 얻은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튼, 새로운 툴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면서도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면서 익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면 앞서 제시한 그림들도 전부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감으로 거의 2주를 고생했습니다. 예전에는 독감을 그냥 체력으로 버틴 것 같은데, 지금은 약먹고 주사맞아도 2주간 아무 것도 못하는 체력이네요. 최근 독감이 지독한 건지 제 체력이 엉망인건지 잘 구별되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여러분들도 독감 조심하시고 되도록 예방접종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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