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Anki기본(Basic) 노트로 질의/응답 형식으로만 만들었을 때는 카드를 만드는게 조금 골치아픈 문제였다. 질의/응답 형식의 카드 만들기는 완성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조금 어렵다. 어떤 문제를 만들까? 어떤 사항이 핵심일까? 고민하고 그것을 일일이 타이핑하고 사진을 붙이고 작업을 해야 한다. 실은 이미 해당 내용에 대한 공부가 되고 나서야 질의/응답 형식의 카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카드를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해당 주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다각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카드를 다 만들고 나면 이미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해당 지식을 체득하게 되고 그 뒤의 카드는 그저 기억을 환기하는 정도다. 따라서 카드를 만드는 과정도 학습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이미 공부한 내용이다. 새롭게 이해하고 고찰하는 과정은 그닥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공부량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정리하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저 기억을 환기할 수 있고 숙련될 수 있도록 누군가 만든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령, 초중고의 수학 같은 것들이다. 이것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다시 보기는 그 양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수학을 자주 사용해야 해서 기억을 환기시키고 싶다. 누군가 잘 정리해 놓은 것이 없을까? 

     

과거에 공부한 그러나 지금은 기억이 희미한 내용들을 다시 공부하고 싶을 때 타인이 해 놓은 것을 업어올 방법이 없을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처음 생각한 것은 문제집이었다. 평생 문제집이라는 말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는데, 막상 스스로 공부할 생각을 하니 문제집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분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간단한 질의/응답 문제를 만들어 보니 알 것 같다. 이것도 골머리 아픈데, 난이도 별로 복잡한 온갖 요소들을 고려해서 섬세하게 답까지 유도하는 문제와 답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노동이다. 문제집이라는 것이 학습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인프라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집 파일이 웹에 돌아다니는 경우를 찾지 못했다. 유료 이북이거나 학원 강의 같은 것을 들어야만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 흔한 PDF도 찾지 못했다. 관련 속내를 살펴보니 문제들 하나하나가 출판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산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해외의 문제집은 조금 돌아다니는데 워드 파일보다는 주로 웹에서 학습을 하는 형태들이 많았다. 

      

서점에서 문제집을 사서 해당 내용을 Anki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학습한 개념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고 간단히 적용해보는 정도의 기본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집의 문제들은 문제를 어렵게 꼬아서 학생들의 수준을 변별하려는 의도를 가진 그런 문제들 위주다. 오히려 기본적인 질문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는, 자리에 앉아서 연습장을 펼쳐놓고 풀어야 하는 그런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그 자체로 학습에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Anki를 사용하고자 하는 방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는 Anki를 주로 모바일로 운동 중이거나, 이동 중이거나 대기 중일 때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문제집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적인 Anki 사용 방식과도 대치되고 또, 이를 멋모르고 공유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 다음으로 살펴본 것이 AnkiWeb공유카드(Shared Deck)들이었다. AnkiWeb공유카드는 이 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딱히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들어가서 해당 카드들을 다운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Anki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잘 보여준다. 단순히, Anki 공유카드의 모든 카테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호되는 카드들 위주로 나열되어 있는 것 같다. 1차적으로는 대부분 언어이고 2차적으로는 압도적인 암기량을 자량하는 의학계열의 공유카드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노골적으로 암기하는 과정이 필요한 분야들이 암기와 의학계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떤 내용이 있나 둘러보면 영어(English)와 Anatomy(해부학) 정도가 정말 해당 카드를 쓸만한 정도의 품질을 보여준다. 이미 의대생에게 Anki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앱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YouTube에서 Anki를 설명하고 있는 많은 동영상들이 같은 다른 의대 출신의 대학생들에게 Anki를 권유하는 내용인 것은 이래서 그렇다. 실제로 해부학의 Anatomy 카드들은 엄청난 용량으로 엄청난 고품질이다. 

       

해부학을 공부할 필요를 못 느끼니 그것은 논외로 하고 평소에 관심 가는 분야에서 흥미로운 카드들을 검색하여 공부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카드를 사용한다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일단, 카드를 특정하기 어렵다. 1만개의 단어가 수록된 English 단어 암기용 카드뭉치를 다운 받아 사용해보니 태반이 아는 단어이고 몇 가지 단어는 제대로 작성한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 뒤에 어떤 단어가 왜 나오는지도 알 수 없고 그저 파편화된 상태로 단어를 암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이런 것을 공들여 암기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어떤 카드들은 자신만의 맥락이 있어서 처음 카드를 접하는 사람들은 맥락을 이해할 수 없게 카드가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은 너무 부실하고 어떤 것은 뜬금없는 카드들만 모여있는 경우도 있었다.


타인의 카드를 쓰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일단은 근본적으로 맥락의 부재 때문이었다. 

      

카드를 이용한 암기는 카드의 양면에 지식을 매우 축약한 것이다. 맥락을 아는 사람은 속으로 “맞아 이것만 외우면 돼!”라고 말하지만 실은 수많은 맥락이 그 카드에 축약된 것이다. 가령 주기율표를 외우는 방식 중에 두음을 이용하여 암기하는 방식이 있다. 각 원소의 첫 글자를 따서 연달아 외우는 것인데 "에헤리베...." 라는 식으로 주욱 이어진다. 작성자 본인이야 다음과 같이 카드를 만들어 공부하면 된다. 

       

질문 : 에[ ]리베 의 빈칸에 들어갈 원소는?

답 : 헤


작성자는 본인이 왜 이런 카드를 만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는 이런 의도와 맥락을 알 수 없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 카드를 열심히 추론하여 깊은 고민 끝에 두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것 외에도 수많은 맥락이 있다. 스스로 공부를 할 때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암기를 한다. 어떤 사람은 공부하다가 자신이 모르는 사실을 발견할 때만 암기하고, 어떤 이는 헷갈리는 부분만 암기한다. 어떤 이는 너무 많은 카드를 만들고 어떤 이는 너무 적은 카드를 만든다. 하지만 그 모든 낱장의 카드들은 각자의 필요에 각자의 관점에서만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카드 제작자의 맥락을 모르는 다른 사용자들은 이러한 카드들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거나 너무 지엽적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주욱 살펴보니 해부학과 같이 교과서를 Anki가 대체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쓰기 어려웠다. 혹은, 딱 자신이 원하는 취향의 카드뭉치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카드 업어오기는 포기하게 되었고, 완성형 스타일로 카드를 만들게 되면서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아져 다른 카드를 업어올 생각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한쪽으로는 카드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고 그에 대한 고민이 후에 Ankilog로 이어졌다.

완성형 카드 만들기를 알고 1년간 정말 손가락과 눈을 혹사시켜가면서 기본(Basic) 노트로 완성형 카드를 만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Anki 관련 튜토리얼 동영상을 보다가 빈칸(Cloze) 만들기 유형의 노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이를 사용하고 난 후에는 그 카드 만들기가 너무 쉬워져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본(Basic) 노트만 알면 Anki를 사용하고 이용하는데 큰 부족함이 없다. 어떤 형식의 카드라고 해도 결국 기본(Basic) 노트로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완성형 문제로 되어 있는 카드기본(Basic) 노트로 만들었다. 

    

카드를 만드는 과정은 온전히 손가락과 손목을 이용하는 과정이었다. 암기하고 싶은 내용을 메모장에 띄어 놓고 추가창앞면(font) 필드에 문장을 복사했다. 그리고 완성형으로 만들고 싶은 부분을 잘라내어 뒷면(back) 필드에 붙여넣고 잘라낸 부분은 밑줄을 그어 해당 문장을 채우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만일 하나의 내용에 3개의 빈칸을 만들어 카드를 만들 생각이라면 이 작업을 3번 반복해야 한다. 

     

물론, 이 작업 과정이 대단히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 문장을 외울 때는 카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공부이기 때문에 겸사겸사 문장을 몇 번 읽으면서 문장의 의미를 생각을 하고 어디에 빈칸을 만드는 것이 유용할지 고민하는 것도 의외로 도움이 된다. 상당한 오타와 잘못된 원문을 바로잡는 역할도 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그리스 문자를 익히려면 카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01 Α α alpha 알파

02 Β β beta 베타

03 Γ γ gamma 감마

04 Δ δ delta 델타

05 Ε ε epsilon 엡실론

06 Ζ ζ zeta 제타

07 Η η eta 에타

08 Θ θ theta 세타

09 Ι ι iota 요타

10 Κ κ kappa 카파

11 Λ λ lambda 람다

12 Μ μ mu 뮤

13 Ν ν nu 뉴

14 Ξ ξ xi 크시

15 Ο ο omicron 오미크론

16 Π π pi 파이

17 Ρ ρ/ς rho 로

18 Σ σ sigma 시그마

19 Τ τ tau 타우

20 Υ υ upsilon 업실론

21 Φ φ phi 피

22 Χ χ chi 키

23 Ψ ψ psi 프시

24 Ω ω omega 오메가


각, 그리스 문자를 대문자와 소문자 그리고 그 명칭 정도를 익히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본(Basic) 노트로 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처음 완성형 카드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때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너무 많으니 첫 번째 그리스 문자 A만 가지고 사례를 제시한다.

    

질문 : 그리스 문자 A는 어떻게 읽는가?

: alpha 알파

     

질문 : 그리스 문자 α는 어떻게 읽는가?

: alpha 알파

     

질문 : 그리스 문자 alpha 알파의 대문자는 어떻게 쓰는가?

: A

     

질문 : 그리스 문자 alpha 알파의 소문자는 어떻게 쓰는가?

: α

    

질문 : 그리스 문자 A의 소문자는 어떻게 쓰는가?

: α

     

질문 : 그리스 문자 α의 대문자는 어떻게 쓰는가?

: A


그리스 문자 24개 중 1개에 대하여 모든 가능한 질문을 만들었을 때 6개의 카드가 필요하므로 24개 전체는 144개의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만드는 것도 꽤 힘들고 카드의 숫자도 지나치게 많다. 하지만 더 안 좋은 것은 지식이 파편화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포스팅한 Anki 완성형으로 카드 만들기에서 지적한 것처럼 맥락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그리스 대문자 A와 소문자 α 그리고 명칭 alpha 알파는 한 묶음으로 묶여서 서로 유기적으로 엮인 지식인데 단순 질의/응답 방식은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를 반영하기 어렵고 반영하려면 카드의 개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형으로 카드를 만들면 해당 카드의 수는 줄고 그 유기적인 관계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질문

그리스 문자의 대문자-소문자-명칭에서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  ]-α-alpha 알파

    

: Α


질문

그리스 문자의 대문자-소문자-명칭에서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Α-[  ]-alpha 알파

   

: α


질문

그리스 문자의 대문자-소문자-명칭에서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Α-α-[        ]

     

: alpha 알파


이렇게 하면 하나의 문자 당 3개의 카드로 충분하니 그리스의 24개의 문자 전체를 익히는데 필요한 카드의 개수는 72개로 앞의 144개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카드의 개수는 줄어들었고, 지식의 구조도 나름 흡족하다. 하지만 여전히 72개의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메모장에서 [CTRL]-c[CTRL]-v를 수없이 연타해야 한다. 그리고 작업 하다가 순서를 헷갈리거나 하는 경우에는 더 난감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빈칸 만들기(Cloze Deletion)를 이용하면 정말 쉽게 완성형 카드를 만들 수 있다. 

     

그리스문자 학습 사례를 이용하여 빈칸 만들기(Cloze Deletion) 사용법을 알아보자. 

       

우선, 항상 그렇듯이 Anki를 처음 실행했을 때 나오는 메인 화면 상단의 가운데에 있는 [추가]를 클릭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노트 추가창이 나온다. 유형(type) 바로 옆에 있는 박스를 클릭하면 노트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나온다. “빈칸” 또는 "Cloze"라고 되어 있는 것을 골라 [선택] 버튼을 클릭한다.



그러면 이제 노트 추가창의 유형이 “빈칸” 또는 "Cloze"로 변경될 것이다. 

      

이제 내용이라고 캡션 되어 있는 아래의 하얀 박스에 공부할 내용 “Α-α-alpha 알파”를 다음과 같이 기입한다.



이제 빈칸으로 만들 "A"를 지정하여 [...]키를 누르거나 [CTRL]+[SHIFT]+c 를 누르면 {{c1::A}}와 같이 묶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일한 과정을 "α"와 "alpha 알파"에도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위와 같이 완성된 노트에서 다음의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c1::Α}}-{{c2::α}}-{{c3::alpha 알파}}

    

"A"가 빈칸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카드(c1)이고, "α"가 빈칸으로 나타나는 두 번째 카드(c2)이며, "alpha 알파"가 빈칸으로 나타나는 세 번째 카드(c3)라는 뜻이다.

       

두개의 중괄호({  })로 중첩된 부분이 빈칸이고 그 내부의 "c"는 카드라는 뜻이며, 숫자카드의 번호인 것이다.

    

이제 [추가] 버튼을 클릭하고 추가창을 닫으면 메인 화면에 들어있는 새 카드의 수는 다음과 같이 3개가 된다.



즉, [...] 버튼을 누르거나 [CTRL]+[SHIFT]+c 키를 누를 때마다 카드 번호가 1개씩 늘어나면서 카드가 생성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버튼을 3번 클릭해서 3개의 카드를 만들었으니 카드를 만드는 부담이 순식간에 줄어들게 된다. 

     

앞서 기본(Basic) 노트로 그리스 문자 24개를 완성형 카드로 만드는데 때 실제 걸렸던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하지만 빈칸 만들기 노트로는 3분이면 충분하니 카드 만들기가 이렇게 쉬워진다. 

       

이제 직접 사용해보자. 3개의 카드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Anki 매뉴얼을 읽고 더 나아가 번역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빈칸 만들기를 알고 나서였다. 그 동안 기본(Basic) 노트만으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빈칸 만들기를 알고 나니 그 동안 너무 멍청하게 Anki를 활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뉴얼에는 더 좋은 방법과 더 나은 방법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Anki 매뉴얼을 끝까지 읽고 이를 어떻게든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매뉴얼을 모두 읽은 현재에도 결국은 기본(Basic) 노트 20%와 빈칸 만들기 노트 80%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의 다양한 형식은 가끔씩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지만 결국 급할 때는 그냥 모두 빈칸 만들기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항상 충분했다.

      

그리스 문자를 알아두면 의외로 유용하다.에서 빈칸 만들기 형식으로 해당 카드를 만들어 놓았으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빈칸 만들기에도 여러 사용법이 더 있다. 상세한 사용법이 궁금하면 빈칸 만들기에 대한 매뉴얼을 참조하길 바란다.




Anki의 기본(Basic) 노트는 앞면에 질문이 있고, 뒷면에 답이 있는 간단한 질의/응답 형식이다. 당연히 다음과 같이 질문과 답을 만들어야 한다. 

         

질문 : 미국의 수도는?
: 워싱턴
      
질문 : 탄소의 화학기호는?
: C


보면 알겠지만 질의/응답 형식은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런데 이 질의/응답 형식을 사용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은 font에서 세리프(serif) 그룹을 설명한 내용의 일부이다.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여기에서 몇 개의 질문과 답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가능한 만큼 만들어보자.

         

질문 :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용어는?

: 세리프(serif)

     

질문 : 세리프(serif)라는 용어가 원래 지칭하는 뜻은?

: 가는 장식 선

     

질문 : 세리프(serif)는 어떤 font들의 그룹인가?

: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

     

질문 :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들의 일반 그룹을 지칭하는 용어는?

: 세리프(serif)

    

질문 : 폰트들의 일반 그룹 중에서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한 폰트들의 일반 그룹은?

: 세리프(serif)

     

질문 : 세리프(serif)는 어떤 느낌을 주는가?

: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

    

질문 : 세리프(serif)가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어서

     

질문 : 세리프(serif)가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어서 어떤 느낌을 주는가?

: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


저 짧은 3개의 문장만으로 8개의 질의/응답 카드가 만들어진다. 저 짧은 3개의 문장을 공부하기 위해서 8가지의 문항을 생각해야 하는 부담과 그 문항을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물론, 이런 부담은 나중에 조금씩 여러 가지 요령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 편해지기는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맥락이다. 

          

위의 3개의 문장은 하나로 어우러져서 일정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질문과 답 형식으로 되어있는 간단한 카드는 그렇게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통합적인 지혜나 지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암기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어떤 문항들은 너무나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고 맥락 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맥락을 보충하기 위해서 카드를 만들다 보면 지나치게 카드가 많아지고 질문도 번잡해지게 된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전체 문장을 통으로 암기하는 것이다. 8개의 카드를 볼 필요 없이 전체 문장을 통으로 외우면 지식의 손실도 없고 오히려 축약하여 농축된 지식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위의 문장을 살펴보면 전체 문장은 3개의 문장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3개의 카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                                          ]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                                                      ]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                                       ].

      

: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이런 식의 문제를 전통적으로 “완성형” 문제라고 한다. 즉, 빈 칸을 완성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형태의 질문 형식이다. 원래는 특정 맥락에 들어갈 단어를 맞추는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지만 나의 경우는 아예 문장을 외우기 위하여 문장을 빈칸으로 묶어버렸다. 따라서 원하는 사람은 주요한 단어만을 빈칸으로 만드는 완성형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          ]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세리프(serif)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세리프 폰트는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

     

장식용 가시와 고리


질문 :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세리프(serif)는 ‘가는 장식 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이 font로 오면서 문자 끝부분에 장식용 가시와 고리 모양이 있는 font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다

세리프 폰트는 [                      ]을 주기에 적합하다.

     

고상하고 고전적인 느낌


주요 단어를 빈칸으로 만드는 방식으로는 수많은 카드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위의 경우에도 더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단어의 수만큼 빈칸을 만들어 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빈칸을 만들어 카드를 만들 때에는 정말 많은 카드를 만들곤 했다. 위와 같은 3개의 문장이라면 거의 15개 정도의 카드를 만들어서 반복에 반복을 했었다. 하지만 카드가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고, 문제가 너무 쉬어서 문장을 읽지도 않고 답을 떠올린 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학습을 한다기 보다는 순발력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고 문장 단위로 완성형 카드를 만들게 되었다

     

여튼 문장 단위로 완성형 카드를 만들게 되면 지식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농축되고 카드의 수는 줄일 수 있게 되어 상당히 효율적이 된다. 게다가 머리 아프게 문제를 만들기 위하여 끙끙댈 이유가 없게 된다. 그저 심금을 울리거나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글을 만나면 해당 문장을 통으로 Anki에 옮겨 빈칸을 만들고 완성형으로 카드를 만들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면 되기 때문이다. 이 완성형 카드 만들기를 깨닫고 카드 만들기가 너무 쉬어지자 개인적인 공부에 효율이 더 붙기 시작했다.

        

물론, 이 완성형 카드를 이용한 학습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오랜 기간 하다 보니 몇 가지 장단점을 체감할 수 있었고 여러가지 깨닫는 바도 많게 되었지만 조금 다른 주제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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