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한자 214자 공부를 드디어 끝마쳤습니다. 


그 동안 공부하면서 첨부한 파일들을 전부 묶어서 다음과 같이 파일로 첨부하니 사용하실 분은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01_한자의 기본원리_육서(六書).zip

02_부수한자연습.zip

03_부수한자_심화학습.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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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한자 공부는 한자들이 문장을 이루어 고사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처음 공부할 때는 조금 노동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진전되면서 괄목할만한 성장과 성취욕을 맛볼 수 있어서 결국,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복잡한 한자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한자가 너무 복잡하면 들여다보기 귀찮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간단하게 아는 글자들로 쪼갤 수 있게 되어서인지 크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자를 외우려고 하지 않고 얼핏 보고 지나감에도 기억에 자주 남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제 뇌가 한자를 좀 더 쉽게 요리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복잡한 획으로 이루어진 한자들도 몇 가지 단순한 한자의 조합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한문을 외우는데 드는 품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자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쉬워지고 편해질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게 되면서 한자 공부에 탄력을 받은 느낌입니다. 공부에 탄력은 받았고 어렵게, 부수한자를 다 외웠으니 여기서 한자 공부를 끝마치는 것은 솔직히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가려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보통 기본 한자 1,800자를 공부하거나 천자문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천자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1,000자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문장들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1,000자라는 조건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서사, 시, 형이상학 등 모든 면에서 어중간합니다. 천자문은 오히려 한자와 한문을 잘 익히고 고금의 문장을 잘 익힌 사람이 볼 만한 전문가의 글이지 초학자가 공부할 글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표준한자 1,800자를 공부하자니 별로 끌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정약용 선생님의 아학편(兒學編)을 발견하고 그 의견에 동감하게 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영어였습니다.


아학편은 서로 대립되는 사물이나 개념을 같이 제시하여 한자의 뜻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게끔 글자들이 배치되어 있고, 글자도 매우 구체적인 사물에서 시작하여 추상적인 개념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그야말로 두루 익히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학편으로 영어를 공부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자를 공부해보면서 깨닫게 되는 점은 우리 국어가 한자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한글 전용화를 한지 꽤 많은 시점이 흘렀지만 가장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단어들은 여전히 한자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자를 공부하면 국어의 단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늘어나 실력이 늘게 되지요. 즉, 원천적인 의미작용을 한자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자어를 영어로 익힌다면 어떻게 될까요? 좀 더 원천적인 의미작용을 통하여 영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요?


두번째는 단어입니다. 한자어는 대립되는 단어들을 묶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형제(兄弟)같은 단어들입니다. 이는 형(兄)과 동생(弟)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그 형과 동생이라는 관계와 형과 동생이 처해있는 공통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립되면서도 통일되는 방식의 글자 배치가 한자어에 종종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인인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방식의 단어이기도 합니다. 아학편은 그런 의미에서 서로 대립되는 사물이나 개념을 가진 글자를 같이 제시하여 사람들이 익숙하게 이런 의미의 차이와 공통점을 쉽게 인지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아학편의 단어들을 영어로 공부한다면 영어를 우리의 머릿속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배치하고 그 의미의 차이와 공통점을 통하여 좀 더 쉽게 단어를 익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자의 선정입니다. 지극히 조선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글자의 선정입니다. 가족 관계와 사물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사정들 위주로 글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사정에 맞는 영단어들을 선정해서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본격적인 콩글리쉬를 위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가 스스로 공부하려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하는 내용입니다. 기대하는 내용이기도 하구요. 스스로 한자와 국어, 그리고 영어의 삼각의 고리를 만들어 같이 공부하면 시너지가 매우 클 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이런 저런 장점이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혼자 생각한 것들로 공신력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니 너무 신뢰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아학편(兒學編)을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하고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하면 다시 앙키로그(Ankilog)도 같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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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각종 신문이나 교과서에서 한문을 많이 사용했고 좋아하는 무협지도 한문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한문은 어느 정도 친숙함이 있었다. 당시에 사자성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기도 해서 나름 조금 배운 바는 있지만 천자문도 떼지 않은 초보적인 수준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문을 알고 있음으로 인하여 상당히 많은 이득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한글로 되어 단어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한자어인 경우도 많았기에 그런 단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얻는 소소한 이득이었다.

 

한글 전용과 영어교육이 대두되면서 한자는 수업시간에도 크게 중요한 취급을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한문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냥, 교양수준으로 몇 마디 알 뿐이고 그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직접 쓰지는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자와 한문에 대한 관심이 생긴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군대에서 손자병법을 읽었을 때였다.

 

손자병법의 원문을 읽어보니 한자 원문과 이를 한글로 해석한 부분을 비교해보니 분량이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원문이 10글자라면 한글은 대략 20~30 글자로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한문에 대해서 갖게 된 인상이 무척 효율적인 정보체계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서 느끼게 된 것은 한문이라는 것이 생각을 간단한 글자로 압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그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고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문은 글의 맥락과 학문적 맥락을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므로 다양한 생각이 나올 수 있는 자양분도 되지만 터무니없는 해석으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아니라면 한문으로 된 고전을 전부 읽어낼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되었다.

 

그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인생을 공부하면서 배우고 발전하는 삶으로 스스로 규정하게 되면서 한문 공부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었다.

 

첫 번째는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동양철학이 노년에 어울리기 좋은 벗이라는 점이다. 음풍농월을 즐기면서 선인의 깊은 지혜를 음미해보는 것도 나름 매력적인 삶의 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두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언어체계로써의 한자에 대한 호기심이다. 사람은 사용하는 언어체계에 따라서 사유의 형태가 고정된다는 점은 꽤 널리 받아들여진 학설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살아있는 표의문자 체계를 머릿속에 장착할 경우 어떤 가능성이 열릴지 무척 호기심이 생긴다.

- 축약된 표현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들면 더 생각과 글이 더 간결하고 빨라질 수 있을까?

- 선인들이 말하는 문리가 트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 동양적 사유방식의 원형과 행태를 이해할 수 있을까?

- 과연 한자어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국어의 깊이도 깊어질까?

 

세 번째는 Anki가 있다는 점이다. 원래 외우는 것을 학을 뗄 만큼 싫어하기에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어떤 하나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응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다량으로 외워서 많은 정보량으로 통찰을 제공해주는 방식의 공부도 있다. 화학이나 생물학 같은 과목이 그렇다. 그리고 한문도 그렇다. 이런 공부들은 배경지식이 쌓이면서 단순히 응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는 것과는 조금 다른 깊은 통찰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평소에는 이런 공부를 싫어했지만 외울 수 있는 수단이 생겼으니 오히려 큰 생각없이 열심히 외우다 보면 통할 것이고 외우면 외울수록 점점 공부의 효율이 올라갈 것이므로 오히려 매우 쉬운 공부라고 할 수 있다. 또, 한자가 정보를 매우 압축하는 문자 체계인 만큼 많은 내용을 외우기에 적합하다는 것도 그런 판단에 한몫 했다.

 

그래서 한자의 육서 체계부터 시작해서 부수 한자, 천자문과 사서삼경으로 천천히 한구절씩 읽고 해석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까지 공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나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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