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영어 원어민의 자음 발음이 자음과 모음으로 들리는 이유

 


 무성 모음의 발견은 그 동안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았던 궁금증을 스스로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궁금증이란 영어 원어민이 자음만 발음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모음 없이 발음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앞에서 004 분절음과 자음만 발음하기 편에서 한국어 원어민들이 습관적으로 모음 /으/를 붙여 발음하기 때문에 이런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론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런데, 내 자신이 한국어 원어민으로서 자음만 발음한다는 영어 원어민의 발음을 듣어 보면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들어도 자음과 모음을 붙여서 발음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즉, 영어 원어민이 ‘strong’을 발음하면 내 귀에는 혀를 굴려가면서 /스뜨롱/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들리지 /ㅅㄸ롱/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유를 고민해보았다. 처음엔 한국어가 음절마다 ‘초성+중성+종성’을 한 단위로 여기는 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즉, 한글에서는 모든 소리가 중성에 모음을 집어넣은 소리이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 맞추기 위하여 모음이 없는데도 비슷한 모음을 들은 것처럼 착각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또는 어렸을 때 /ㄱ/의 소리를 ‘그’라고 읽는 식으로 항상 모음 /으/를 붙여서 자음을 읽도록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론 없는 모음을 어떤 환상 때문에 들은 것이라면 벌써 1년 이상 자음과 모음을 분리해서 들어보려고 노력한 지금에는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귀에는 영어 원어민이 모음과 자음을 붙여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결국, 자음만 발음한다는 것에 납득하지 못했음에도 이론상 타당하니 방법이 없었다. 원어민이 자음만 발음한다고 스스로를 세뇌해야만 했다. 아무리 세뇌해도 한 줄기 솟아나는 의심이 있지만 내 귀가 막귀라서 소리를 잘 분간하지 못한 것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무성 모음이라는 개념을 발견하면서 오래된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건지 깨닫게 되었다. 


 다음은 음소 /h/만 소리내고 있는 영어 원어민의 음성이다.

 

 

 

 내 경우에는 위의 소리가 /하/로 들린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내는 /하/와 소리와 분명히 다르다.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하/라고 들린다. 이 부분에서 한국어 원어민이 모든 자음에 모음 /으/를 붙여 발음하도록 배웠기 때문이라는 추측은 깨진다. /h/의 소리는 /으/가 아니라 /아/를 덧붙여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바로 앞 포스팅에서 무성 모음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h/와 무성 모음  의 소리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같은 말소리를  음소 /h/와 무성 모음 라고 서로 다르게 부르는 것일까? 이는 하나의 말소리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음소 /h/는 성대를 떨지 말고 살짝 긴장시키면서 숨을 내뿜으면서 나는 소리다. 밖으로 밀려난 숨이 주변의 음성기관과 마찰하면서 /h/ 소리가 난다. 이 때, 핵심은 기류의 마찰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성대에서 밀려난 기류가 목구멍이나 입과 마찰하면서 나는 음을 /h/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무성 모음 는 구강의 모양과 혀의 위치가 중요하다. 무성 모음 가 음소 /h/와 같은 소리가 나는 이유는 직접 소리를 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목구멍을 연 상태에서 성대가 떨리지 않는 무성음으로 또 공기를 강하게 내뱉지 않는 무기음으로 소리를 내려고 하면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든 소리를 내려면 숨을 강하게 내뱉어 기류를 마찰시키는 것 말고는 소리를 낼 방법이 없다. 무성음이고 동시에 숨을 강하게 내뱉지 않는 무기음으로 소리를 내려고 하면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무성 모음은 필연적으로 유기음이 된다. 하지만 무성 모음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혀의 위치와 입술 모양 등이지 기류가 마찰하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영어 원어민이 발음한 음소 /h/의 소리가 무성 모음 와 같은 이유는 음소 /h/의 소리를 낼 때, 혀를 쓸 일이 없어서 혀가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목구멍을 크게 열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혀의 위치와 입의 모양은 유성이든 무성이든 모음 /아/의 혀 위치와 입모양과 동일하다.  즉, 음소 /h/ 소리를 낼 때 모음 /아/의 혀 위치와 입술 모양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기 때문에 영어 원어민은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고 그 소리가 무성 모음 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원어민은 무성 모음 에서 들려오는 모음 적인 부분이든 유성 모음 [아]이든 모두 동일한 음소 /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소리가 머릿속에서는 /하/로 번역된다.


 중요한건 이 순간 음소 /h/와 무성 모음 는 자음인 동시에 모음이라는 점이다. 그저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자음이던 것이 모음으로 변하고 모음이던 것이 자음으로 변한다. 동일한 소리를 보는 관점이 두 가지로 갈라진 셈이다. 구강이나 혀의 위치 입술의 모양 등으로 인하여 방출되는 공기의 양상은 모음적인 요소를 드러내고, 어떤 조음 위치에서 기류가 폐쇄되거나 마찰되었는가를 통하여 자음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는 음소 /h/만 그런 것일까?


 하나의 말소리가 자음적인 면과 모음적인 면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영어 원어민의 자음 발음을 들어 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가령, 영어의 자음 발음에서 /s, z,  t, d, n, l/는 어째서인지 /스, 즈, 트, 드, 느, 르/로 들린다. 자연스럽게 모음 /으/가 첨가된 것 처럼 들린다. 영어 음소/s, z,  t, d, n, l/는 모두 혀끝을 윗잇몸(치경)에 접근시키거나 붙이는 방식으로 소리가 난다. 이 때, 혀의 위치와 입술 모양 모음 /으/를 낼 때의 모양과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어 원어민은 자동반사적으로 /으/를 덧붙여 듣는 것이다. 그리고 유성 모음과 무성 모음을 구별하지 않으니  발음할 때는 태연히 유성 모음 /으/를 붙여서 발음한다. 하지만 영어 원어민 입장에서는 유성 모음 /으/는 별개의 음이니 한국어 원어민의 발음은 없는 음을 덧붙인 것철럼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s, z,  t, d, n, l/의 발음에서 추가된 모음 /으/는 실제 모음 /으/를 조음할 때의 혀의 위치와 입술 모양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음은 자음에 비해서 그 소리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혀의 움직임이나 입술의 모양의 차이라는 것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모음은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미묘한 차이점을 무시하고 유사한 모음으로 번역해서 듣게 된다. 따라서 한국어 입장에서는 가장 유사한 모음인 /으/를 덧붙여 듣게 된다.


 결국, 영어 원어민이 자음만 발음할 때, 자음과 모음을 붙여서 들었던 내 귀는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 단지, 영어 원어민이 모음으로 듣지 않는 것을 모음으로 들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서로 음성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추측하면, 유성음과 무성음을 강하게 구분하는 영어와 그렇지 않은 한국어, 유기음과 무기음을 강하게 구분하는 한국어와 그렇지 않은 영어로 음성체계가 다르고, 한글의 구조상 무조건 모음이 말소리에 있어야 한다는 한국어 소리에 대한 모델이 이런 차이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음성체계의 차이를 발견하고 나니 그 동안 헷갈렸던 것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가령, 어떻게 자음만 발음하는지 명료하게 이해했고, 영어의 비슷한 음들 /s, ʃ/, /z, ʤ/  등 소리는 비슷하지만 조음 위치가 다른 음들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

 


Ankilog 학습파일


학습용 Anki 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nkilog 파일:  010 영어 자음 발음에서 모음이 들리는 이유.apkg


수정 : 2020-04-04 오전 12:11 Ankilog 문구 다듬기



 

009 무성 모음으로 유성음 경험

 

  이제 무성 모음을 듣고 발음해 볼 차례다. 물론, 무성 모음만 듣고 말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나 한국어 모두 무성 모음을 음소로 사용하지 않으므로 무성 모음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성 모음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유성 모음을 보다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다. 그리고 나아가 모음과 자음을 구분하지 않고 한 뭉터기로 발음하고 인지하는 습관을 가진 한국어 원어민이 이를 분리해서 들을 수 있는 경험을 유도해볼 수 있다.

 

 아직, 영어 모음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으니 한국어 모음으로 연습한다. 무성 모음 조음을 통해 어디까지나 성대를 쓰는 법을 스스로 자각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므로 딱히 영어 모음으로 연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차례대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국어 모음 와 이를 무성음화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를 발음한 것이다.

 

IPA(국제음성기호)에서 무성음화된 음을 표시할 때 아래에 작은 동그라미를 붙여 표시한다. 이러한 표시를 구별기호(diacritic)이라고 부른다.

 

 

 요령은 간단하다. 가령, 한국어로 를 발음하고 그 상태에서 입 모양과 혀의 움직임을 그대로 둔 채, 성대를 떨지 않고 발음한다. 그리고 이어서  를 발음한다.


 성대를 떨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면 목이 쉬었을 때를 떠올리거나 속삭이듯 말하는 상황을 떠올리면서 연습해본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자신이 성대를 어떻게 쓰는지 느껴본다. 자주 사용하면서 의식적으로 성대를 쓰는 법을 몸에 익힌다.

 

 무성 모음 는 앞서 본 /h/와 소리가 비슷하다. 그래서 음소 /h/를 무성 모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무성 모음 의 소리가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연속으로 발음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는 두 개의 소리를 이어 붙인 것을 느낄 수 있다. 말소리의 파형도 두 개의 이질적인 파형이 접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음과 모음이 별도로 들리는 감각을 익혀보도록 하자.

 

 듣다 보면 무성 모음의 소리가 매우 알아듣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성 모음과 연달아 들을 경우 비슷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들을 경우 전부 숨소리 정도로만 들리기도 한다. 음을 잘 들어보면 숨소리와 유성음 특유의 쨍쨍한 소리가 대비되는 것을 느껴볼 수 있다. 유성음이 소리가 더 또렷하고 더 음량이 높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의 다른 모음 /이, 에, 애, 으, 어, 우, 오/ 똑같은 연습을 해본다. 

 

 

 

 

 

 

 

 

 

 

 

 

 

 

 

 

 

 

 

 

 

 

 

 

 

 

 

 

 

Ankilog 학습파일

 

학습용 Anki 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Ankilog는 소리를 구분하여 듣는 연습을 위하여 만들었으니 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Ankilog 파일:  009 무성모음으로 유성음 경험(오디오).apkg

 

수정 : 2020-04-04 한국어에서 무성 모음과 유성 모음은 서로 이음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기존에 음소로 표시한 유무성 모음들을 이음으로 표시함. 또,  발음 수정함(Ankilog도 같이 수정함)


 

008 유성음 박탈 경험

 

 

 음성학을 공부하면서 말소리를 자음이니 모음이니 분석하고 나누게 되었다. 덕분에 이론적으로 자음과 모음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그렇다고 손에 잡힐 듯이 와닿는 그런 개념은 아니었다. 하물며,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라는 것은 더더욱 막연한 이야기였다. 영어를 본능적인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성음과 무성음을 자연스럽게 구분해서 듣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어 원어민으로 살아온 인생이 너무 길어서인지 아무리 들어도 유성음이 무엇이고 무성음이 무엇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았다. 억지로 나눈다면 약간 연극적인 톤의 목소리가 유성음 같이 들리긴 했지만 확신하기 어려웠다.


 유성음을 의식적으로 내는 법을 익혀보려고 내 목의 성대 부분에 손을 대고 진동을 느껴보면서 말하는 연습을 해봤지만 일상적인 수준의 음량에서는 진동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진동을 느끼려면 목소리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데 그 정도부터는 이미 일상적인 말하기라기 보다는 무슨 연극 연습같아 어색했다. 이 경우 모음은 성대가 떨리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지만 유성 자음은 그렇지 않다. 자음은 워낙 짧게 발음되고 이어서 바로 모음의 진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성음을 내서 성대가 떨리는건지 모음으로 인한 진동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물론, 모음도 유성음이지만 워낙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라서 익힌다는 개념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또, 영어에서 자음들이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구분되는 것과 달리 모음은 전부 유성음이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익힐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이 쉬었다. 목이 쉬면 보통 말을 자제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회복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음성학 공부로 인하여 내 말소리가 제대로 발음되고 있는지 정확한 입모양과 혀위치를 두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소와 다른 내 말소리를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그리고 쉬어버린 내 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말소리가 쉬었는지 아닌지는 누구나 들으면 안다. 그래도 특징들을 한 번 잡아보자. 일단, 목소리에 튜브 공기 빠지는 소리 즉, ‘ㅎ~ㅅ~’ 같은 소리가 마구 섞인다. 또, 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 힘을 줘서 강하게 발음하면 바람소리만 더 커지거나 목에 통증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소리가 명료하지 않다. 이런 말소리는 소리가 작아 듣기도 힘들고 듣더라도 무슨 말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대가 떨리는 원리는 이렇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성대가 맞물려 성문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폐 속의 공기가 성문을 비집고 나오면 그 압력으로 성대가 진동하게 된다. 살짝 닫은 입술 사이로 공기를 밀어내면 입술이 부르르하고 떨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목이 쉬게 되면 아래의 그림처럼 성대가 부어오르고 성대에 작은 결절같은 것이 생긴다. 성대를 떨려면 위의 그림처럼 성대가 잘 맞물려 닫혀야 하는데 결절로 인하여 성문이 벌어지니 공기가 그 사이로 새어나간다. 이것이 작은 구멍으로 바람 빠지는 것 같은  ‘ㅎ~ㅅ~’ 하는 소리가 말소리에 섞이는 이유다. 게다가 성대가 붓고 무거워져서 평소보다 둔해지기 때문에 말을 하는데 힘은 더 들고 소리는 둔탁해진다. 


 

 이렇게 목이 쉰 상태에서 제대로 소리를 내려면 결절이 있는 상태에서도 성문이 닫힐 수 있도록 성대를 꽉 조여줘야 하고 부어서 두텁고 무거워진 성대를 움직일 수 있도록 숨을 강하게 내뱉어야 한다. 결국, 통증이 발생하고 무리한 움직임으로 성대의 손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요점은 이것이다. 목이 쉬어버리면 성대를 떨 수 없다. 즉, 성대를 떠는 유성음을 전혀 쓸 수 없다는 말이다. 한창 유성음을 듣고 말하려고 발바둥치던 시기였다. 어떤 것을 이해하고 체감하는 방법은 그것과 열심히 접촉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그 빈자리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파악하기 미묘하고 혼란스러운 것들은 이런 방법이 상당히 잘 먹히는 법이다. 친구나 가족의 빈자리를 느끼고 나서야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비로소 알게 되듯이 자연스럽게 나오던 유성음을 박탈되면 이 유성음의 사용에 대해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어떻게든 유성음과 친해져보려고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에 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제대로 작동했다. 


 첫 번째는 한국어에서 유성음이 사용되고 있다는 확신과 체감을 얻었다. 한국어에도 유성음이 많다. 대표적으로 모든 모음이 그렇고, ‘ㄴ, ㄹ, ㅁ’ 등의 자음도 유성음이다. 또, ‘ㄱ, ㄷ, ㅈ’ 같은 자음은 상황에 따라서 무성음일 때도 있고 유성음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유성음으로 자각하고 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분해서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목이 쉰 상태에서는 이 모든 유성음들 내려고 할 때마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거나 목이 찢어지는 통증이 오기 때문에 체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유성음 사용빈도만큼 내 말소리가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유성음을 어디 이론 속의 소리가 아니라 내가 항상 내고 있는 소리 중 하나라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유성음을 많이 사용하면서 이를 구분해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일까?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신적으로 의미를 구분하는 음성적 단위인 '음소'의 개념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한국어가 유성음을 '음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원어민은 이 유성음을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물론, 귀가 예민한 사람들은 이를 구분한다. 하지만 나 같은 막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뇌가 자연스럽게 유성음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따로 훈련을 해줘야 한다. 다행히도 목이 쉬어 유성음이 박탈된 경험은 나같은 막귀도 해볼 수 있는 훈련 방법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었다.


 두 번째로 어떤 훈련을 해야할지 알 수 있었다. 유성음 박탈 경험은 가장 쉬운 연습방법을 보여주었다. 말을 할 때 유성음이 나와야 하는 상황마다 목이 아프거나 기대하지 않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니 자연스럽게 성대의 움직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평소처럼 소리를 내려고 하다보니 목의 성문이 열리면서 공기가 자연스럽게 유통되는 느낌과 성문을 닫고 소리를 내는 느낌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는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행위들이었지만 의식적으로 이게 성문을 닫는 것이고 이게 성대를 떠는 것이구나 하는 자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훈련은 목이 쉬어야만 가능한 훈련이다.  득음할 것도 아닌데 매번 목이 쉬게 만드는 훈련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연습으로 보였다.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관찰을 통해 이것저것 체감하다가 불현듯 알게 되었다. 목이 쉬어서 유성음을 내지 못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모음이 발음되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목구멍을 열심히 열고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여하간 성대의 떨림없이 모음 비스무레한 것이 발음되고 있었다. 성대가 떨리지 않는 모음이니 무성 모음이었다. 목이 쉬었을 때, 한 번 감각을 잡았더니 무성 모음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귓속말을 하듯 목소리를 낮추겠다고 마음 먹거나 목이 쉬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흉내내면 자연스럽게 무성 모음이 나왔다. 그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유성 모음과 무성 모음을 번갈아가면서 연습하니 성대의 움직임과 들리는 소리가 조금씩 어우러지면서 유성음과 무성음이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만들어내는 모음은 유성음이고 무성 모음은 매우 예외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 방법은 안 쓰는 말소리를 끌어들여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연습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조음기관을 다시 훈련시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성 모음과 유성 모음은 확연히 구별된다. 그렇다는 것은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해서 듣기도 힘들어하고 구별해서 소리를 내기도 힘들어하는 나같은 한국어 원어민이 유성음과 무성음을 대조하면서 듣고 말하기를 처음 익히기에 가장 알맞은 연습이 바로 이 유성 모음과 무성 모음을 번갈아가면서 발음하고 듣는 연습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몇몇 학자들은 음소 /h/를 무성 모음이라고 부른다.  이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자음을 모음이라고 말하는 지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성학을 공부할 수록 음소 /h/가 무성 모음이라는 점이 납득이 되었고 한국어와 영어 음성체계가 가지는 본질적인 차이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음소 /h/가 다른 음에 섞이면 그 말소리는 유기음이 된다. 그리고 그 유기음은 항상 무성음이다. 음소 /h/가 유성음을 철저히 배제하는 듯한 느낌이다. 또, 영어와 한국어의 음성체계는 유성 여부에 따라서 음소를 나누는가 아니면 유기 여부에 따라서 음소를 나누는가로 서로 다른 기준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영어에서 음소 /h/는 퇴조하고 사라져가는 소리다. 방언에 따라서는 전혀 발음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어는 음소 /h/를 주요한 기준으로 선택하면서 음성체계에서 유성 여부는 기준으로 잡지 않았고, 영어는 유성 여부를 주요한 기준으로 선택하면서 음소 /h/를 버리는 것 같다는 인상이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생각과 상관없이 한국어 원어민이 영어의 음성체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유기음과 유성음을 정확히 구분하고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유성음을 구별하여 듣고 말하는 연습으로 무성 모음을 익혀서 유성음과 대조하면서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고 동시에 앞으로 제시할 유기음들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라도 음소 /h/를 자음 중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Ankilog 학습파일


학습용 Anki 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nkilog 파일: 경험담이므로 Ankilog는 없음


 


007 음소 /h/와 유기음 소개


 다른 음성학 책들과 달리,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h/를 먼저 다루는 첫 번째 이유는 이 소리가 유기음을 만드는 만드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호흡을 내쉬면서 말한다. 그래서 성대는 말소리를 결정하는 첫 번째 위치가 된다. 성대에서 한 번 만들어진 소리를 혀와 입, 코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가공한 것이 우리의 실제 말소리다. 따라서 성대에서 1차적으로 가공된 말소리가 모든 말소리의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모든 말소리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모든 말소리를 유성음과 무성음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성대에는 유성음과 무성음 말고 다른 구별 기준이 있다. 바로 유기음과 무기음이다. 유기음이란 한국어의 음소 /ㅍ/, /ㅌ/, /ㅋ/들을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발음해보자. 공기가 거세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기음이란 말은 공기의 기류 소리, 거센 바람 소리 같은 소리가 있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유기음을 느껴보고 싶으면 손바닥을 입술 바로 앞에 두고 발음해보자. /ㅂ/, /ㅍ/를 연달아 발음해 본다. /ㅂ/, /ㅍ/가 손바닥에 부딪치는 숨이 더 많은 것을 느껴볼 수 있다. /ㄷ/, /ㅌ/ 또는 /ㄱ/, /ㅋ/를 발음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방법은 입술 앞에 작은 종이 조각을 대고 발음해보는 것이다. 무기음을 발음할 때는 살짝 떨리기만 하던 종이 조각이 유기음을 발음할 때 뒤로 튕기는 것을 볼 수 있다.


 /ㅍ/, /ㅌ/, /ㅋ/를 국제음성기호로 표시하면 /pʰ/, /tʰ/, /kʰ/가 된다. 여기에 위첨자로 붙은 h는 바로 앞에서 살펴본 음소 /h/를 의미한다. 즉, /p/를 발음하면서 /h/를 추가한 말소리가 바로 /pʰ/다. 국제 음성기호로 나타낸 모든 유기음들은 모두 h가 위첨자로 붙어서 나타난다. 결국, 유기음은 /h/가 첨가된 말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기음을 발음하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h/는 성대에서 조음된다고 했는데 왜 성대에서 별다르게 조음되는 느낌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다. /h/는 엄밀하게는 성대에서 음이 만들어진다기 보다는 성대에서부터 날숨이 배출되는 통로를 좁혀 숨이 일반적인 날숨보다 빠르게 나가게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다른 음과 섞여서 발음할 때에는 실제 조음되는 위치가 성대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한국어에서 /ㅍ/, /ㅌ/, /ㅋ/는 음소이므로 국제음성기호로 /pʰ/, /tʰ/, /kʰ/로 표시했다.)


다음은 한국어 음소 /ㅍ/, /ㅌ/, /ㅋ/와 영어 음소 /p/, /t/, /k/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 비교한 그림이다.

 

 

 


 앞에서 005 음소 이음 음성체계 포스팅에서 제시했던 그림을 조금 확장하여 유기음의 개념을 첨가했다. 한국어는 /ㄱ//ㅋ/, /ㄷ//ㅌ/, /ㅂ//ㅍ/무기음과 유기음으로 구분되어 서로 별개의 음소가 된다. 반면, 영어는 [p][]는 음소 /p/의 이음으로 같은 음소다. 마찬가지로 [t][tʰ]/t/의 이음으로 같은 음소이고, [k][kʰ]/k/의 이음으로 같은 음소다. (영어에서 , tʰ, kʰ는 이음들이므로 [], [tʰ], [kʰ]로 표시했다.)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어는 유기음인지 무기음인지에 따라서 음소들을 구분하고 있다. 반면, 유성음인지 무성음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 영어는 유성음인지 무성음인지에 따라서 음소를 구분하고 있지만 유기음인지 무기음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 부분이 한국어와 영어의 음성체계에서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로 인하여 한국어 원어민과 영어 원어민은 서로의 말소리를 들으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영어 원어민은 한국어 원어민이 자신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유성음과 무성음을 섞어서 쓰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성대의 진동 여부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음소로 인식하기 때문에, 유성 여부는 무시하고 유기여부에 따라서 음소를 구분하는 한국어의 음성체계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점은 한국어 원어민 입장에서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이한 음성체계 때문에  '박'씨를 'Park'으로 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한국어 원어민이 더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영어는 유기음을 다른 용도로 상당히 중요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유기음인지 무기음인지로 음소를 구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유기음과 무기음을 구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실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훨씬 연속적인 언어다. 긴 문장을 거의 쉼없이 연속해서 말한다. 이 때, 단어와 단어 사이의 구별이나 강세 여부를 자연스럽게 나타내기 위하여 중간중간 유기음을 사용한다. 유기음이 들려오면 영어 원어민은 자연스럽게 강세이거나 새로운 단어의 시작이라고 이해한다. 이는 한국어 원어민에게는 없는 감각이고 앞으로 익혀야 할 감각이다.

 

 이번엔 유기음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이 유기음이 한국어와 영어에서 완전히 다르게 사용되고 있어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언어 감각을 얻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어와 영어 자음들을 학습할 때, 이들을 비교하면서 명확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간략하게나마 개념을 미리 소개했다. 추후, 개별 음소들을 실제로 살펴보면서 하나하나 귀와 입으로 익혀보도록 하자.

 


Ankilog 학습파일


학습용 Anki 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nkilog 파일:  영어음성학__007 _h_와 유기음.apkg


수정 : 2020-02-02 오전 12:02 Ankilog 파일 내의 문구를 다듬고 설명을 보충함


 

 

 최근에는 영어 음성학을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1년 정도 선행 학습을 했고, 기대가 상당히 큽니다. 


 수십년간 알게 모르게 결핍으로 있었던 영어를 완전히 끝장낼 수 있겠다는 기대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풍부한 정보를 수월하게 흡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수준의 포스팅을 하고 학습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우선, 다양한 이미지와 그림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Anki에도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중의 이미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이미지가 없고 마음에 든다 싶으면 제가 원하는 방향의 그림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저작권 문제도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그림을 배우고 이미지를 조작 소프트웨어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조작 소프트웨어는 포토샵을 생각했지만 GIMP로 결정했습니다. GIMP는 포토샵과 비슷한 소프트웨어 툴입니다. 단지, 오픈소스 진영에서 만들어진 무료 툴이라는 점이 포토샵과 다를 뿐입니다. 제가 포토샵을 배운 적이 없어서 장단점을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고, 무료라는 점과 리눅스 사용을 염두에 두고 배우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리눅스 활용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 진영에서 나온 툴들을 잘 써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림에는 재능이 너무 없습니다. 작업을 따라하다 보면 영감을 얻고 새로운 툴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있어야 하지만 무미건조하게 기능을 익힐 뿐입니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맞춰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GIMP는 포토샵과 달라서 참조할 수 있는 책도 정보도 너무 부족합니다. 결국, 유튜브에서 해외의 튜토리얼들을 따라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다시금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또, 음원이 문제입니다. 음성학은 소리가 중요합니다. 저도 음성학을 책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풍부한 음성자료를 접하지 못했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단순히 언어학으로 이론을 공부할 거라면 별 필요 없겠지만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음성학을 공부한다면 다양하고 풍부한 오디오로 개념을 실질적으로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Ankilog를 포스팅하면서는 풍부한 음성자료를 찾아서 배치하고 Anki에도 그런 자료를 집어넣어서 익히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음원과 그 음원을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찾아본 결과 Audacity를 익혀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음성학 Ankilog 포스팅은 조금 느리게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소프트웨어 툴이 손에 익고 관련 내용들이 정리되면 점점 포스팅 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자각도 많아지고 조바심도 납니다. 당장, 글쓰기, 그림, 사진, 이미지 작업, 디자인, 음원 편집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다가 동영상 편집까지 배워서 유튜브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행히 학습 블로그이니 배울 것이 많다는 점은 또 그만큼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배운 것들도 나중에 같이 공유할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음성학 공부는 그냥 언어학 교과서에서 음성학 부분을 통째로 외운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언어에서 사용되는 음성의 특성에 집중되어 있지 어떤 언어를 습득하는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제 영어를 본격적으로 익히려고 하는 시점에서는 영어 습득을 위한 음성학 과정을 따로 찾아봐야만 했다. 그리고 넘쳐나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공부할 방향과 커리큘럼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찾아보니 학자들이나 교육기관에서 영어 습득을 위한 음성학 공부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커리큘럼은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상향식은 영어의 개별 음성의 발음부터 시작해서 음절, 강세, 억양 등으로 점차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반대로 하향식은 억양으로 유려하게 말을 시작하고 그 다음 개별 음성과 발음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진행시켜 나간다. 그리고 최근에는 하향식 방법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방식인 상향식 커리큘럼은 전통적인 방식이다. 발음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잡아서 연습하고 그것을 조금씩 늘려간다. 그렇게 발음과 음절, 강세, 억양 등을 단계적으로 습득해 나간다. 이 방법은 매우 세세하게 언어를 차분하게 배울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다.


 두 번째 방식인 하향식 커리큘럼은 우선 언어와 친숙해지는 것이 목적이다. 우선 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화권 내의 친구들과 어떻게든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럼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함께 해당 언어를 사용하여 빠르게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향식과 하향식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상향식은 잘 준비되어 있고 검증되어 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훈련을 제대로 받으면 언어에 대한 재능과 상관없이 교육의 성과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 반면, 언어의 이론적 습득이 지루할 수 있고, 실제 언어를 사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교육받는 사람이 성실하고 인내심도 많아야 한다.


 하향식은 빠르고 경제적이다. 발음을 습득하긴 어렵지만 억양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리고 억양을 따라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 영어와 한국어가 억양 언어이기 때문에 억양으로 의문, 감탄, 조롱, 경멸, 분노 등의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이러한 감정 위주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언어 특유의 리듬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의 시작에 방점을 둠으로써 단순히 학교나 교육기관에서의 언어 습득에서 벗어나 원어민들과의 의사소통을 서툴게나마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쓸 일이 많아지고 살아있는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외향적이고 재능이 있다면 빠르게 습득이 가능하지만 내성적이거나 언어의 재능이 약한 사람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단기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상향식과 하향식 방법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장단점을 살펴본 결과 Ankilog로 전개할 음성학 공부는 세 가지 이유로 상향식 방식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내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하향식 방식은 비사교적이고 다른 사람과 영어로 말할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다. 게다가 재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많은 영어에 노출되더라도 그저 간단한 말 몇 마디 배우고 그 말로 전부 의사소통하게 될 뿐 보다 나은 스피커가 되지는 못한다. 이 점은 내 모국어인 한국어 실력을 보면 매우 명확해진다. 음성학 공부를 하고 나서야 한국어 발음이 좋아진 나 같은 사람에게 하향식 방법은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 


 두 번째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다. 많은 한국인이 영어를 매우 잘한다. 단지, 말하고 들을 수 없을 뿐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발음을 익히고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수험용으로 공부한 영어들이 쓸모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존에 눈으로 손으로 익혀놓은 단어들은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고 쉬운 문장은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었다. 따라서 많은 한국인 성인들은 간단히 발음만 익혀도 자신감이 붙어 급속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상향식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향식 방법이 Anki로 접근하기 쉽다. 영어 음성학 공부는 개별음-음절-강세-억양을 익히는 것인데, 개별음, 음절, 강세는 수월하게 카드화하기 좋다. 하지만 억양을 카드화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Anki는 지루한 기초 개념 학습을 수월하게 해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Anki로 공부할 때는 상향식 방식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본 Ankilog는 개별음-음절-강세-억양 순으로 기초개념부터 차근차근히 상향식으로 학습해나가려고 한다.  Anki의 강점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정을 꾸준히 묵묵히 외우면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nki로는 지루한 개념 학습과 훈련의 과정을 짜투리 시간에, 이동 중에, 화장실에서, 틈틈이 소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외로 영어 사용자 친구를 사귀거나 미드나 영화를 보면 된다. 그러면 어느 새 영어 실력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소리가 있지만 사람에겐 특별한 소리들이 있다. 그것은 말소리다. 왜 말소리는 특별한가? 말소리는 우리 머릿속에서 의미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리고 그 의미작용이 우리 정신의 핵심 중 하나이다. 


 말소리가 너무 특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소리가 말소리처럼 들리면 그 말소리에 몰입한다. 예전에 자주 돌아다니던 괴담처럼 테이프를 거꾸로 돌렸을 때, 누군가의 메시지가 들린다고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어디서든 말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면 소리의 세세한 내용은 사라지고 그 말소리의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그 때부터 소리는 그저 말소리의 의미를 도와주는 장식 정도의 역할을 한다. 이것은 어디서든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의 본능이다. 그리고 말소리는 의미의 직접적 현현이다.


 말소리는 다른 소리와 매우 다르다. 자연의 소리는 감상이나 분석의 대상 등 외부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언어로 조직된 말소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와 직접적으로 다양한 반응을 일으킨다.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양한 사랑이 떠오르고 사랑했던 사람과 자신이 하려는 사랑 등이 무수히 떠오른다. 욕설을 들으면 분노, 원망, 복수, 맞받아칠 욕 등이 떠오른다. 모든 것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욕설을 듣고 안들은 것으로 할 수 없다. 단지 피어오르는 분노와 온갖 상상들을 참거나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뿐이다. 좋은 말을 들으면 절로 마음이 좋아진다. 겉으로 너무 좋아하는 태를 나타내지 않기 위해서 얼굴 표정을 엄숙하게 지어야 한다. 그래서 언어는 단지 소리가 아니다. 소리의 형태로 전달될 뿐, 우리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일련의 코드다.


 그런데 수십 년간 영어를 언어로 공부하고 사용했지만 그것이 언어로 작동하지 않는다. 언어는 머릿속으로 바로 다이렉트로 꽂혀 작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아쉽게도 영어는 그저 일련의 암호해독으로 사용된다. 단어를 찾고 이 단어의 한국어식 의미를 도출하고 단어들을 연결해서 가장 그럴 법한 해석을 찾는다. 그리고 그 해석이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한껏 위축된다. 한국어로 된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뭐 이렇게 어렵게 썼어!”라고 책을 던지겠지만 영어로 된 쉬운 책을 읽어도 그저 해석이 올바른지 여부에 전전긍긍할 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했고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니 어렴풋하게 입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입으로 하는 말의 주체가 입이라는 점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Anki로 많은 한국어 문장들을 외웠고 이로 인하여 문체와 문장, 글쓰기의 디테일한 과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40년 만에 문장 맛을 보게 되었다. English-Restart를 입으로 따라하면서 영어가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수십 번 본 미드나마 처음으로 자막 없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자막 없이 본 미드는 그 공감과 감동의 깊이가 달랐다. 마지막으로 음성학 공부와 IPA 발음 연습을 통하여 그 동안 안 들리던 영어가 부드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처음으로 영어가 언어로써 직접적으로 머릿속에 꽂히는 느낌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입을 이용하여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평생 없었던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언어와 관련된 심화된 부분이었다. 이공계에게 없었던 글과 문장에 대한 감수성, 외국어 등이다. 정신적으로 없었던 것들이 생겨난다면 없었던 새로운 신경이 배선된 것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하고 이공계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입을 움직여 얻어지는 것들을 보면서 입의 운동을 통한 신경배선이 언어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입의 운동이 언어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입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뇌의 언어 중추는 당연히 입과 연결되어 있고, 입에서 생긴 신호를 다이렉트로 반영할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껏 겪어온 바는 이 가설이 완전히 틀린 가설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관점 위에서 음성학은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음성학은 소리의 알파벳이 있다는 점을 가리켜주었다. 마치 글자처럼 우리 머릿속에 들려오는 말소리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조합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음성 알파벳이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중에서 이 소리의 알파벳이 언어적인 규칙에 따라 조합되면 말소리가 된다. 그리고 그 말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코드가 된다. 이 코드를 음성체계라고 부른다. 


 음성체계는 완결되어 닫혀 있다. 음성이 완결된 체계라는 말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어떤 소리를 들려주고 말로 옮기라고 하면 한국어로 옮기게 된다. 칠판을 긁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묘사하라고 하면 ‘끼~잉’ 이나 ‘ㄲ~ㄲ’같은 소리로 어떻게든 유사하게 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그 소리 자체가 아니라 한국어로 변형된 소리를 낸다. 그 소리와 얼마나 유사하든 간에 그저 한국어 발음의 변형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무한하게 많은 소리가 다채롭게 있지만 한국인은 그런 모든 소리를 한국어의 음성체계로만 인식한다. 그리고 그 음성체계 밖의 소리는 인지하기 힘들다. 소리 그 자체야 들을 수 있고 감상할 수 있고 소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결국, 언어로 나타낼 때는 한국어 소리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한국어 소리가 한국인의 머릿속에서 언어로써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리다.


 그런데 이렇게 완결된 음성체계가 각 언어권별로 다르다. 비슷한 곳도 있지만 매우 다른 곳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는 음성체계가 매우 달라서 서로의 언어를 듣고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인이 영어를 익히려면 한국어의 닫혀 있는 음성체계를 열고 새로운 음성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음성체계가 장착되면 그제서야 마치 컴퓨터에 해당 언어팩이 설치되듯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단어와 문장은 그때부터 찾아도 늦지 않는다.


 그럼 이 음성체계를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재능이 있는 이라면 그저 듣기만 해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재능이 없다면 하나한 분석하고 따져가면서 공부하고 하나하나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재능 없는 사람이다. 


 내 자신이 재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할 Ankilog는 음성학 이론도 자세히 공부하고 동시에 발음도 충분히 많이 그리고 자세히 연습하려고 한다. 아마도 Ankilog가 빨리 나오지는 못할 것 같다. 한 번 공부했지만 그래도 저자들마다 의견이 달라서 이러한 내용들을 소화하고 그에 맞는 훈련과제를 만들어 Anki로 배포하는 과정이 녹록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오래된 과제를 깔끔하게 날려버릴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앞서 음성학을 통해서 발음을 공부하고 이를 통하여 간단하게 성과를 본 바를 이야기했다. 처음 음성학을 공부하고 발음을 연습할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발음을 교정하고 IPA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수준이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웠지만 Anki는 그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진도를 나가도 충분히 숙련되고 전에 공부했던 내용을 까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어찌 공부를 했다. 


 원래의 조급한 성격이라면 공부를 하면서 바로바로 블로그에 올렸겠지만 이 경우에 확신이 없었다. 발음과 언어가 어떤 상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Anki를 통해서 다른 공부를 할 때, 입으로 하는 말이 지식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매번 느꼈기 때문이다. 입으로 문장을 곱씹을 때마다 그 지식을 직접 체험하는 것 같고 의미를 재발견하니 입이 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조들이 그렇게 소리내어 낭독하는 공부를 중요시 여겼나 싶었다. 또, 입으로 하는 말은 입으로 하는 행위므로 당연히 말하고 발음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춤을 잘 추고 싶으면 몸을 움직여 춤을 춰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손을 써서 그림을 연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어를 익히고 싶다면 입을 열심히 써서 언어를 익혀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하여 발음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어를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음이 안 좋아도 한국어를 익혔고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굳이 발음을 연습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스스로 실행해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생소한 분야에 생소한 연습 과정 때문에 언어학자들의 글처럼 매우 지루하고 힘든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오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 모르고 살던 분야라서 그럴까? 얻는 바가 굉장히 많았다. 


 우선, 한국어 발음이 좋아졌다. 어린 시절 치아 교정 때문인지 발음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자주 쓰는 발음인 ""를 ""로 발음했다. 발음 연습을 위해서 혀를 놀리고 입술을 오므리는 등 입 운동을 하면서 각종 음성기호를 발음해본다. 그리고 그 발음이 내 한국어 발음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전하라는 영어 발음이 아니라 우선 내 자신의 한국어 발음이 개선되었다. 안 좋은 습관을 많이 고칠 수 있었고 좀 더 또박또박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 끝에서는 ""를 ""로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발음이 교정된 것이다.


 그 다음은 어린 시절의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국어 교과서에 있는 표현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가 골기퍼야!”

 “가 골기퍼야!”


 “”와 “”가 서로 다른 두 문장이다. 그런데 글로 써놓으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만 말로는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이게 항상 궁금했다. 누군가 “가”라고 말하면 그것이 “가”라고 말한 것인지 “가”라고 말한 것인지 항상 궁금했고 문맥과 행동에 따라서 의미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내 자신도 이를 구별해서 말할 수 없었기에 결국 “가”라는 말은 피하고 “가”로 바꿔서 말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음성 습관을 연구한 결과에서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 “”를 구별하지 못하고 또 이를 구별해서 발음할 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는 한국에서 “”와 “”가 서로 융합되어 “”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이상 “가”를 알아듣지 못하니 “가”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실제 발음은 이렇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라고 말할 때는 실제 발음은 “가”다. 그리고 기존의 “가”는 보통 “가”로 바꿔서 말하게 되었다. “” 발음이 없어진 것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 묵혀두었던 오랜 궁금증이 해결되었고 나아가서 이제는 어색하게나마 “가”라고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일본어의 특이성을 배워 일본인의 발음이 왜 그런지도 알게 되었고 한글의 우수성도 새삼 절감하게 되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들리지 않던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냥 들리는 것이 아니다. 소리가 선명하게 구분되어 말을 알아듣는 느낌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대가 입술과 혀를 이렇게 써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아는 느낌에 가깝다. 즉, 상대의 소리 내는 방식을 나도 어느새 비슷하게 따라하고 아 이 소리구나 하고 알게 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의 말을 입으로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은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조금 세게 다문 입술, 강렬한 강세와 미묘한 강세, 절도 있게 움직이는 혀와 흐느적거리면서 움직여 발음을 뭉개는 혀 등은 매우 미묘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이런 발화의 경험은 매우 기본적인 감정 상태를 공유하게 해준다. 그런 소리를 낼 때의 심리 상태가 그 소리를 따라하는 내 자신에게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묘한 부분을 바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영어를 들으면 아는 단어일 경우 바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소리가 내 자신의 발화 경험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제야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이제 영어를 들어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여전히 못 알아듣지만 예전만큼 막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단어를 알면 바로 알아듣겠구나 하는 것들이 점차 많아졌다. 이 길이 제대로된 길인 것 같다.


 이제껏 진행한 음성학 공부는 일반 언어학의 관점에서 전개된 음성학이어서 간략하고 추상적이다. 영미권에서 시작된 학문이라서 영어를 많이 사례로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영어를 익히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전개하는 음성학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발음을 시작으로 입말을 구축하고 이어서 문법으로 다듬는 공부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되었기에 이제는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다양한 예제와 사례, 숙달을 위한 훈련 과제 등을 활용하여 지금까지의 맛보기식 간단한 연습이 아니라 숙련된 영어 사용을 위한 훈련을 해보려고 한다. 다음부턴 Ankilog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Anki에서 특수 기호와 수식 작성을 위한 레이텍(LaTeX)


레이텍( LaTeX)은 조판 프로그램입니다. , 책자, 프로그램, 논문, 단행본 등 다양한 출판물을 인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프로그램이라 일부 사람들만 쓰는 프로그램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논문을 쓸 때, 거의 반드시 레이텍( LaTeX)으로 써야할 정도로 이미 그 중요성과 효용성을 인정받은 대단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논문을 쓰지 않을 저와는 무관합니다만, Anki 때문에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Anki로 이공계 과목을 공부하려고 할 때, 부딪히게 되는 장애가 있습니다. 바로, 수학식, 공식, 함수, 분수 등을 Anki의 텍스트 툴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문제입니다. , 발음기호, 그리스 문자 등 특수 기호를 Anki에 넣기도 어렵다. 물론, 웹에서 이미지를 찾거나 다른 수식 작성 프로그램으로 수식을 작성해서 이미지로 넣을 수는 있지만 너무 번거롭고 Anki 내부에서 배치하기도 쉽지 않아서 결국, Anki 매뉴얼에서 추천하는 레이텍( LaTeX)을 사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식 외에도 그래프, 화학 기호, 분자식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레이텍( LaTeX)을 익히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올린 내용은 레이텍( LaTeX) 기초에서 수식 작성까지에만 정리된 내용입니다. 그래프, 화학 기호, 분자식 까지 가고 싶었지만 일단,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레이텍( LaTeX) 공부 교재는 KTUG에서 권장하고 있는 lshort-ko 문서입니다. 이 중 수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제3장 수학식 조판 까지만 공부했고 그 내용을 Anki의 카드로 정리했습니다.

 

 단순 암기 위주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설명을 위한 Ankilog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면  lshort-ko 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레이텍( LaTeX)은 Anki에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Anki에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내용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매뉴얼에서 누락된 부분도 조금 있으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Ankilog 모음


다음 파일을 다운 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레이텍(LaTeX)_수식조판까지.ap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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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 기초사용법 Ankilog 모음  (0) 2019.07.27

천자문(千字文) Ankilog


천자문(千字文)을 학습하기 위한 Ankilog 모음과 관련 블로그 링크입니다. 

     


Ankilog 모음


천자문의 해석은 전문가가 아닌 제가 여러 참고서적을 보고 한 것이므로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카드가 많으므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카드들은 적절히 삭제하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파일을 다운 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千字文.apkg



관련 블로그 링크


포스팅된 블로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千字文 001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 宇宙洪荒)

千字文 002 일월영측 진수열장(日月盈昃 辰宿列張)

千字文 003 한래서왕 추수동장(寒來暑往 秋收冬藏)

千字文 004 윤여성세 율여조양(閏餘成歲 律呂調陽)

千字文 005 운등치우 노결위상(雲騰致雨 露結爲霜)

千字文 006 금생려수 옥출곤강(金生麗水 玉出崑崗)

千字文 007 검호거궐 주칭야광(劍號巨闕 珠稱夜光)

千字文 008 과진리내 채중개강(果珍李 菜重芥薑)

千字文 009 해함하담 린잠우상(海鹹河淡 鱗潛羽翔)

千字文 010 용사화제 조관인황(龍師火帝 鳥官人皇)

千字文 011 시제문자 내복의상(始制文字 乃服衣裳)

千字文 012 추위양국 유우도당(推位讓國 有虞陶唐)

千字文 013 조민벌죄 주발은탕(弔民伐罪 周發殷湯)

千字文 014 좌조문도 수공평장(坐朝問道 垂拱平章)

千字文 015 애육려수 신복융강(愛育黎首 臣伏戎羌)

千字文 016 하이일체 솔빈귀왕(遐邇壹體 率賓歸王)

千字文 017 명봉재수 백구식장(鳴鳳在樹 白駒食場)

千字文 018 화피초목 뢰급만방(化被草木 賴及萬方)

千字文 019 개차신발 사대오상(蓋此身髮 四大五常)

千字文 020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毁傷)

千字文 021 여모정렬 남효재량(女慕貞烈 男效才良)

千字文 022 지과필개 득능막망(知過必改 得能莫忘)

千字文 023 망담피단 미시기장(罔談彼短 靡恃己長)

千字文 024 신사가복 기욕난량(信使可覆 器欲難量)

千字文 025 묵비사염 시찬고양(墨悲絲染 詩讚羔羊)

千字文 026 경행유현 극념작성(景行維賢 克念作聖)

千字文 027 덕건명립 형단표정(德建名立 形端表正)

千字文 028 공곡전성 허당습청(空谷傳聲 虛堂習聽)

千字文 029 화인악적 복연선경(禍因惡積 福緣善慶)

千字文 030 척벽비보 촌음시경(尺璧非寶 寸陰是競)

千字文 031 자부사군 왈엄여경(資父事君 曰嚴與敬)

千字文 032 효당갈력 충즉진명(孝當竭力 忠則盡命)

千字文 033 임심리박 숙흥온청(臨深履薄 夙興溫凊)

千字文 034 사란사형 여송지성(似蘭斯馨 如松之盛)

千字文 035 천류불식 연징취영(川流不息 淵澄取映)

千字文 036 용지약사 언사안정(容止若思 言辭安定)

千字文 037 독초성미 신종의령(篤初誠美 愼終宜令)

千字文 038 영업소기 자심무경(榮業所基 籍甚無竟)

千字文 039 학우등사 섭직종정(學優登仕 攝職從政)

千字文 040 존이감당 거이익영(存以甘棠 去而益詠)

千字文 041 악수귀천 예별존비(樂殊貴賤 禮別尊卑)

千字文 042 상화하목 부창부수(上和下睦 夫唱婦隋)

千字文 043 외수부훈 입봉모의(外受傅訓 入奉母儀)

千字文 044 제고백숙 유자비아(諸姑伯叔 猶子比兒)

千字文 045 공회형제 동기련지(孔懷兄弟 同氣連枝)

千字文 046 교우투분 절마잠규(交友投分 切磨箴規)

千字文 047 인자은측 조차불리(仁慈隱惻 造次弗離)

千字文 048 절의렴퇴 전패비휴(節義廉退 顚沛匪虧)

千字文 049 성정정일 심동신피(性靜情逸 心動神疲)

千字文 050 수진지만 축물의이(守眞志滿 逐物意移)

千字文 051 견지아조 호작자미(堅持雅操 好爵自縻)

千字文 052 도읍화하 동서이경(都邑華夏 東西二京)

千字文 053 배망면락 부위거경(背邙面洛 浮渭據涇)

千字文 054 궁전반울 누관비경(宮殿盤鬱 樓觀飛驚)

千字文 055 도사금수 화채선령(圖寫禽獸 畫綵仙靈)

千字文 056 병사방계 갑장대영(丙舍傍啓 甲帳對楹)

千字文 057 사연설석 고슬취생(肆筵設席 鼓瑟吹笙)

千字文 058 승계납폐 변전의성(陞階納陛 弁轉疑星)

千字文 059 우통광내 좌달승명(右通廣內 左達承明)

千字文 060 기집분전 역취군영(旣集墳典 亦聚群英)

千字文 061 두고종례 칠서벽경(杜稾鍾隷 漆書壁經)

千字文 062 부라장상 노협괴경(府羅將相 路挾槐卿)

千字文 063 호봉팔현 가급천병(戶封八縣 家給千兵)

千字文 064 고관배련 구곡진영(高冠陪輦 驅轂振纓)

千字文 065 세록치부 거가비경(世祿侈富 車駕肥輕)

千字文 066 책공무실 늑비각명(策功茂實 勒碑刻銘)

千字文 067 반계이윤 좌시아형(磻溪伊尹 佐時阿衡)

千字文 068 엄택곡부 미단숙영(奄宅曲阜 微旦孰營)

千字文 069 환공광합 제약부경(桓公匡合 濟弱扶傾)

千字文 070 기회한혜 열감무정(綺廻漢惠 說感武丁)

千字文 071 준예밀물 다사식녕(俊乂密勿 多士寔寧)

千字文 072 진초경패 조위곤횡(晉楚更覇 趙魏困橫)

千字文 073 가도멸괵 천토회맹(假途滅虢 踐土會盟)

千字文 074 하준약법 한폐번형(何遵約法 韓弊煩刑)

千字文 075 기전파목 용군최정(起翦頗牧 用軍最精)

千字文 076 선위사막 치예단청(宣威沙漠 馳譽丹靑)

千字文 077 구주우적 백군진병(九州禹跡 百郡秦幷)

千字文 078 악종항대 선주운정(嶽宗恒岱 禪主云亭)

千字文 079 안문자새 계전적성(鴈門紫塞 鷄田赤城)

千字文 080 곤지갈석 거야동정(昆池碣石 鉅野洞庭)

千字文 081 광원면막 암수묘명(曠遠綿邈 巖岫杳冥)

千字文 082 치본어농 무자가색(治本於農 務玆稼穡)

千字文 083 숙재남묘 아예서직(俶載南畝 我藝黍稷)

千字文 084 세숙공신 권상출척(稅熟貢新 勸賞黜陟)

千字文 085 맹가돈소 사어병직(孟軻敦素 史魚秉直)

千字文 086 서기중용 노겸근칙(庶幾中庸 勞謙謹勅)

千字文 087 영음찰리 감모변색(聆音察理 鑑貌辨色)

千字文 088 이궐가유 면기지식(貽厥嘉猷 勉其祗植)

千字文 089 성궁기계 총증항극(省躬譏誡 寵增抗極)

千字文 090 태욕근치 임고행즉(殆辱近恥 林皐幸卽)

千字文 091 양소견기 해조수핍(兩疏見機 解組誰逼)

千字文 092 색거한처 침묵적료(索居閑處 沈黙寂寥)

千字文 093 구고심론 산려소요(求古尋論 散慮逍遙)

千字文 094 흔주루견 척사환초(欣奏累遣 慼謝歡招)

千字文 095 거하적력 원망추조(渠荷的歷 園莽抽條)

千字文 096 비파만취 오동조조(枇杷晩翠 梧桐早凋)

千字文 097 진근위예 낙엽표요(陳根委翳 落葉飄颻)

千字文 098 유곤독운 능마강소(遊鵾獨運 凌摩絳霄)

千字文 099 탐독완시 우목낭상(耽讀翫市 寓目囊箱)

千字文 100 이유유외 촉이원장(易輶攸畏 屬耳垣牆)

千字文 101 구선찬반 적구충장(具膳餐飯 適口充腸)

千字文 102 포어팽재 기염조강(飽飫烹宰 饑厭糟糠)

千字文 103 친척고구 노소이량(親戚故舊 老少異糧)

千字文 104 첩어적방 시건유방(妾御績紡 侍巾帷房)

千字文 105 환선원결 은촉위황(紈扇圓潔 銀燭煒煌)

千字文 106 주면석매 남순상상(晝眠夕寐 藍筍象床)

千字文 107 현가주연 접배거상(絃歌酒讌 接杯擧觴)

千字文 108 교수돈족 열예차강(矯手頓足 悅豫且康)

千字文 109 적후사속 제사증상(嫡後嗣續 祭祀蒸嘗)

千字文 110 계상재배 송구공황(稽顙再拜 悚懼恐惶)

千字文 111 전첩간요 고답심상(牋牒簡要 顧答審詳)

千字文 112 해구상욕 집열원량(骸垢想浴 執熱願凉)

千字文 113 여라독특 해약초양(驢騾犢特 駭躍超驤)

千字文 114 주참적도 포획반망(誅斬賊盜 捕獲叛亡)

千字文 115 포사료환 혜금완소(布射僚丸 嵇琴阮嘯)

千字文 116 염필륜지 균교임조(恬筆倫紙 鈞巧任釣)

千字文 117 석분리속 병개가묘(釋紛利俗 竝皆佳妙)

千字文 118 모시숙자 공빈연소(毛施淑姿 工嚬姸笑)

千字文 119 연시매최 희휘랑요(年矢每催 曦暉朗曜)

千字文 120 선기현알 회백환조(璇璣懸斡 晦魄環照)

千字文 121 지신수호 영수길소(指薪修祜 永綏吉劭)

千字文 122 구보인령 부앙랑묘(矩步引領 俯仰廊廟)

千字文 123 속대긍장 배회첨조(束帶矜莊 徘徊瞻眺)

千字文 124 고루과문 우몽등초(孤陋寡聞 愚蒙等誚)

千字文 125 위어조자 언재호야(謂語助者 焉哉乎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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