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i로 문장 암기하기 5 문장 암기로 알게된 암기 과정


 문장 암기를 하면서 어떻게 카드를 만들고 암기할지 고민한 과정의 전반부를 이야기해보자. 


1. 처음 책을 그대로 외우다.


 정말 하나도 모르는 분야의 책을 공부하기 위해서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지, 실제로는 책을 거의 통째로 외우는 것이었다.


 처음엔 책에서 문장을 그대로 베꼈다. 이런 식의 암기도 처음이었고 책의 내용도 전혀 몰라 책을 맹목적으로 외우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글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것이 더 어려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책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오히려 쉬웠다. 또, 글을 외우다 보면 알아서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내용을 명료하게 꿰뚫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이런 경험 때문에 책을 주의깊게 보지 않고 통째로 외워서 파악할려고 하는 버릇까지 생겨버렸다. 



2. 정보를 농축한다.


 하지만 조금씩 이런 식의 공부에 익숙해지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깊게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효율적이고 깊은 공부일까? 당시의 생각은 간단했다. 정보가 농축된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문장1 : 멕시코의 수도는 멕시코 시티다.

 문장2 : 멕시코 시티의 면적은 1,400이다.

 문장3 : 멕시코 시티의 인구는 대략 900만 정도다.


 위에 나열된 3개의 문장은 서로 연관된 정보다. 개별 카드로 만들어 공부하면 다음과 같이 각 문장별로 2개의 카드를 만들어 6개의 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장1을 노트1로, 문장2를 노트2로, 문장3을 노트3으로 하여 빈칸 만들기(Cloze Deletion)로 노트별로 2개씩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노트1 : {{c1::멕시코의 수도}}는 {{c2::멕시코 시티}}다.

 노트2 : {{c1::멕시코 시티의 면적}}은 {{c2::1,400}}이다.

 노트3 : {{c1::멕시코 시티의 인구}}는 대략 {{c2::900만}} 정도다.

*{{c1::text}}은 내부의 text를 빈칸으로 만든 카드1이라는 의미

 

 하지만 이를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


문장 : 멕시코의 수도는 면적 1,400에 인구 900만 정도의 멕시코 시티다.

노트 : {{c1::멕시코의 수도}}는 면적 {{c2::1,400}}에 인구 {{c3::900만}} 정도의 {{c4::멕시코 시티}}다.


  이제, 동일한 정보를 공부함에 있어서 글자 수가 줄어들었고, 노트는 3개에서 1개로 줄어들었으며, 카드는 6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다. 확실히 효율적인 것 같다. 


 이렇게 문장을 농축하면 효율성 말고도 2가지 이익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첫 번째 이익은 지식이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효과다. 연관된 정보를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리면 경험적으로나 생리적으로나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지식은 그저 1개의 지식일 뿐이지만 총체적인 지식은 하나의 지식 덩어리가 된다. 더 많은 정보들이 지식에 결합할수록 그 지식은 구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머릿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 


 두 번째 이익은 지식의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문장 속에 포함된 다양한 지식들의 관계는 명시적으로 적시된 내용 말고도 암묵적인 내용들을 암시한다. 가령, 위의 경우에는 인구밀도를 계산해볼 수 있다. 



3. 문장을 다듬다.


 나름 흡족하게 카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공부를 하다보면 계속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외운다고 생각해보자. 


不은 동사나 형용사 앞에서 부정하고 … 그러므로 不 다음에 오는 단어는 동사로 풀이해서 이를 부정한다.


 위 문장은 처음 외울 때 별 문제없었다. 입에 인이 박히도록 반복해서 자연스럽게 글을 읊을 수 있도록 만들어놨는데 다음 날 복습을 하려니, 머릿속이 헝클어지면서 혼란이 일어난다. 왜 그럴까? 한참을 들여다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에서 不(아닐 불)자가 동사나 형용사 앞에 온다고 말하고서는 뒤에서는 不(아닐 불) 뒤에 동사가 온다고 적혀있었다. 앞 문장에는 포함된 형용사가 다음 문장에서 빠지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저자가 오타를 낸 것인지, 오타라면 앞의 형용사가 오타인 것인지 아니면 형용사가 빠진 것이 오타인지 알 수 없었다.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도 고민된다. 이러니 머리가 복잡하고 기억이 헝클어진 것이다. 결국, 책을 한참 들여다보고 형용사를 뺀 것이 오타로 판단하여 형용사를 추가해서 문장을 만들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문제없이 명쾌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뇌의 시스템들은 가솨적(plastic)으로 경험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

 

 위의 문장은 “가소적(plastic)”이라는 단어가 오타가 발생했다. “가소적”이라는 말을 잘못 쓴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가솨적”이라고 썼는지 구별하지 못한다면, 이 문장은 매번 복습할 때마다 혼동을 일으키게 된다. 


 오타들은 상대적으로 찾기도 쉽고 구별하기도 쉽다. 악질적인 경우는 자연스럽지 않은 어색한 문장이나 말이 되는 것 같은 비문들이다. 가령, 다음의 문장은 아무리 봐도 어색한 문장이다. 


겹친 분포를 보이는 음들은 음성적 환경에 의해서 음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므로 대체 틀의 빈칸에 어떤 음이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다.


 위의 문장은 아직도 외울 때마다 허둥대는 문장이다. 왜 이리 입에 달라붙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영어 번역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최근 번역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무언가 잘못된 부분을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하고 불쾌한 문장들이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타, 비문, 이상한 문장, 내부적으로 무언가 납득이 되지 않는 글들을 외우게 되면 공부의 효율이 급속히 떨어진다. 처음 공부할 때도 입에 잘 달라붙지 않고, 의미도 혼란스럽다. 입으로 반복하면서 적정한 리듬과 의미를 찾아도 그 당시에만 외워질 뿐, 다시 복습을 하면 처음 외울 때 새겼던 의미들이 불분명하고 다시 기억해내기 힘들다. 지식이 어려워서는 아니다. 분명히, 글을 처음 외울 때는 납득했다. 글을 입 안에 굴려보면서 적절한 리듬과 의미를 발견하고 납득하면서 글을 외웠다. 그런데 다음 날이면 그 납득이 사라져 버리고 다시 의문에 생긴다. 무슨 일일까?


 이런 글이나 문장을 복습하면 글을 정확하게 떠올릴 수 없어도, 그 대강의 내용은 머릿속을 맴돈다.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몇 가지 키워드만 간간이 떠오른다. 혀끝에서 말이 맴돌지만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그런데 문장을 다듬고 오타를 고치면 신통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입에서 해당 글이 자동으로 튀어나오고 내용들은 조화롭게 배치된다.


 경험이 쌓이면서 외워야할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오타를 없애고, 비문을 미리 제거한다. 입으로 읊어보면서 어색한 문장인지 확인한다. 문장 내부적으로 상호 모순되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분명히 공부하기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외울 문장과 글을 추리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문장과 글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야 많은 것들이 명쾌해진다.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매순간 카드를 복습할 때마다 문장을 수정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수정할 필요가 없어지고, 깔끔하게 정리된다.



4. 내용을 정리하다.


 아쉽게도 문장만 정리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내용도 중요하다. 외우려는 글 내용들이 서로 중복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처럼 문장 내에서 정보가 잘 안 맞거나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외운 카드들과 새로운 카드의 내용이 겹쳐지면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눈앞의 카드를 처음 외울 때는 잘 외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복습하려고 하면 잘 외웠던 문구가 갑자기 혼선되거나 먹통이 되어버린다. 문장과 어휘의 문제가 아니다. 내용은 대충 기억나지만 비슷한 여러 구절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혼동되거나 혹은, 내용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용은 대충 기억나지만 비슷한 여러 구절이 동시에 떠오르는 경우는 비슷한 내용을 문장만 다르게 외운 경우다. 아래는 불교에서 “금생의 행복”의 조건을 나열한 두 문장이다. 


문장 1 : 인간은 자기에게 맞는 기술을 익히고,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금생의 행복을 얻게 된다.

문장 2 : 보시, 지계, 학문, 기술이 금생의 행복의 조건이 된다.


 위의 두 문장은 동일하게 “금생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묘하게 다르다. 앞의 문장에는 “학문”이 빠져 있다. 그래서 매번 이 문장을 외울 때마다 “학문” 때문에 혼동이 온다. 즉, 첫 번째 문장을 잘 외우고 나서도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을 계속 받거나, 두 번째 문장을 잘 외우고 미심쩍은 기분이 남게 된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두 문장이 믹스되어서 이상한 문장으로 떠올리기도 한다. 즉, “보시, 지계, 기술이 금생의 행복의 조건이 된다.”로 외우고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게 뭐였지 하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식이다.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는 더 큰 혼동이 온다. 다음은 문단 나누기를 설명하는 글이다. 


문장 1 : 문단은 보통 3줄이 지나면 가독성을 위하여 나눠줘야 한다. 

문장 2 : 문단은 글자 수가 아니라 장면과 의미단위에 따라서 나눠줘야 한다. 동일한 이야기는 한 문단으로 다른 이야기는 다른 문단으로 나눈다.


 글쓰기를 설명하는 서로 다른 두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하나는 가독성을 중시해서 문단을 대략 3번째 줄에서 나누라고 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의미 단위, 이야기 단위에 따라서 문단을 나누고, 분량은 상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문장을 외울 때는 보통 처음부터 막힌다. 이미 문장 1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문장 2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문장 2를 외우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다음번 복습에서는 어김없이 충돌이 일어나면서 혼란이 발생한다. 


 중복된 문장은 교통정리를 해줘야 수월하게 공부를 할 수 있다. 가령, 비슷한 내용들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 통합해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고 다른 문장을 삭제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문장도 정리되고 외워야할 카드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상충되는 내용의 카드는 고민이 필요하다. 본인에게 확신이 있다면 그 확신에 부합되는 카드를 외우면 된다. 확신이 없다면 절충안을 만들어 본다. 가령, 위의 예시된 문장에서 이렇게 바꿔본다. “문단은 의미단위에 따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가독성을 위해서라면 되도록 짧게 써라.” 정도로 절충해볼 수 있다. 마지막은 서로 다른 의견들 앞에 그 맥락이나 작성자를 적어주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학문에서는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이 경우 여러 다양한 관점을 의미하는 상충된 문장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외우면 보다 풍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때는, 서로 대비되는 문장을 함께 나열해서 아래와 같이 하나의 글을 만들어 외운다. 


A라는 책은 문단을 글자 수가 아니라 장면과 의미단위에 따라서 나누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B라는 책은 문단은 보통 3줄이 지나면 가독성을 위하여 나누라고 이야기한다.


 A라는 책과 B라는 책이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입장의 문장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 암기하면 서로 내용이 대조되는 효과가 일어나 오히려 기억히 선명해진다. 


 앞서, 문장 다듬기에서 말했듯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처음 공부할 때 기존에 공부한 내용과 중복되는지 상충되는지 여부를 파악하면 좋겠지만, 보통은 처음 공부할 때 그런 내용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문장이나 글을 외우고 곱씹으면서 머리에 정착되는 과정이 진행되어야 비로소 이런 내용의 중복이나 상충을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카드를 수정하고 정리해야 한다.



5. 빈 공간


 앞서, 문장을 다듬고 내용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글이나 문장 형태로 머릿속에 집어넣게 되면서 지식을 머리에 주입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보다 나은 학습을 위하여 이런 부분을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비록 개인적인 경험들을 정리해봤다. 


 우선, 공부는 시간이 걸린다. 옛말에 “보는 즉시 깨닫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 번 보고 다 아는 천재들에 대한 묘사다. 이 말을 잘 생각해보면 보는 즉시 알고 깨닫는 사람은 천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나 같은 일반인은 배우고 익혀야만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Anki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이야기다. 그저 일상에서 보거나 들은 내용이 어느 날 문득 깨달아지는 경우가 있다. 무척 뜬금없는 경험인데, 지하철에서 졸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알아진다. 곰곰이 그런 내용들을 추적해보면 보통 2년 전에 발생한 일이 갑자기 정리되어 나타난다. 2년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2년 전에 했던 누군가의 행동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뜬금없이 깨달아지는 생생함과 명료함을 경험해보면서, 직관적으로 그 지식이 이제 나에게 안착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2년 만에 깨닫는 경험을 자주 접하다 보니 지식의 숙성 기간을 2년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어떤 내용을 보고 접했을 때, 별 다른 사항이 없으면 2년 후에 그 의미를 알게 되거나 혹은 영원히 묻혀버린다.  하지만 Anki로 카드를 외우니 그 과정이 훨씬 빨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스치면서 보고 들은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 2년이라면 입으로 문장을 곱씹어 보면서 외우면 그 과정이 짧으면 1~2일에 길면 2~3주 내로 압축적으로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했다. 


 열심히 외워서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들은 숙성된다. 그렇다 숙성이다. 즉,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어떤 일들이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음은 내가 정말 잘 외우고 있는 카드다. LaTeX에서 문서 클래스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문서 클래스 proc은 article 클래스에 기반한 프로시딩용 문서 클래스다. 


 위 문장은 참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다. 프로시딩이 무엇인지 모르고, article 클래스에 기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수월하게 기억에서 꺼낼 수 있다. 그래서 외울 때마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보통은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관심도 안생기고 몰라도 문제가 없어서 여전히 그 내용을 찾아보지 않는다. 아마도 끝까지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 


 이상한 문장으로 구성된 카드, 내용이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카드에서 발생한 문제는 대부분 이해와 관련이 있다. 이상한 문장은 그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점이 문제이므로 내용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문장을 정리하면 해결된다. 내용의 중복은 중복된 부분을 이해하고 수정하면 되며, 내용의 상충은 절충하거나 대비되는 의견을 나란히 제시하여 이해하면 해결된다. 즉, 제대로 이해될 수 있도록 문장을 정리하고 내용을 구분하여 정리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처음엔 지식의 숙성은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이 이해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위의 문장처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임에도 일단 외운 것들이 온전히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 이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위와 같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잘 외워지는 카드의 내용을 나는 ‘빈 공간’에 들어간 지식이라고 부른다. 이런 지식들의 공통점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내 머릿속에는 이 카드에 실린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없었다. 오직, 문장이 이상하지 않은지 정도만 판단할 뿐이다. 그래서 다른 머릿속의 지식에 의해서 검증되지 않고, 섞이지도 않는다. 즉, 복잡한 머릿속에서 온전히 빈 땅에 정착한 지식인 셈이다. 


 명리학을 처음 공부할 때의 상황이 떠오른다. 어떤 책이 좋은 것인지 몰라서 대형서점에 가서 괜찮아 보이는 책 하나를 골라 다짜고짜 외웠다. 처음 외웠을 때는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책에 적혀진 말들을 금과옥조처럼 외우고 새기고 또 새겼다.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지식으로 인한 성취감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중복된 내용과 상충된 내용이 하나둘씩 발견되었다. 기를 쓰고 문장을 수정하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공부를 계속했지만 저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 신명나게 외웠던 내용들은 매번 기억을 떠올리려고 할 때마다 혼란스럽고 신뢰할 수 없다는 인상을 주면서 지금은 혼란스러운 일련의 지식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완전히 새로운 지식은 이해할 수없어도 일단 암기하면 머릿속에서 그대로 유지된다. 왜 그럴까?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은 신경적 상호작용을 통해 기존 지식 체계 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지식이라면 기존의 지식체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그저 지식이 더해질 뿐이다. 하지만 기존 지식체계와 관련이 있다면 새로운 지식은 융화되거나 분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 외운 지식이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변형되기 시작한다. 좀 더 익숙한 문장으로 변화되고, 내용들도 섞인다. 이 과정은 합리적인 이해를 낳거나 정확한 정답을 담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삶의 흐름과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지식이 통합되거나 분류될 뿐이다. 이 과정은 기존 지식체계에 새로운 지식이 끼어들어 자라나는 과정에 가깝다. 새롭게 심어진 지식은 많이 사용되면 자라나면서 주위의 지식을 통합할 것이다. 반면,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다른 지식에 통합되어 변형될 것이다. 그리고 주위에 지식이 없는 완전히 빈 공간에 터를 잡은 새로운 지식은 일단 심어지면 주위의 다른 지식으로부터 변형되지 않으므로 그 자리에서 별 문제 없이 유지된다.



6. 의미와 형식


 내용적인 측면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문장도 고려해야 한다. Anki를 이용하여 많은 것을 외우면서, 지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추상적인 무형의 정보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지식은 사진, 영상, 소리 등을 매개로 언어로 나타낼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가 느끼는 지식이 된다. 물론, 언어 이외의 정보 형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반드시 다른 정보 형태가 언어와 연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이 점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엔 글과 문장을 외우면서 겪게 되는 것들을 이야기해보자.


 열심히 외운 문장이나 내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 체계 속에서 변형된다. 앞서, 지식 공간에 새로운 지식이 삽입되었을 때 의미들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해당 지식의 의미가 변형되는 현상을 이미 이야기했다. 이번에 이야기할 것은 의미(내용)와 언어(글이나 문장)의 상호 관계에 의하여 기억이 변형되는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의미(내용)와 언어(글이나 문장)가 얼마나 불가분의 관계를 겪는지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경우 1 : 의미(내용)가 중심이 되어 언어(글이나 문장)가 변형된다. 

경우 2 : 언어(글이나 문장)가 중심이 되어 의미(내용)가 변형된다.


 의미(내용)가 중심이 되어 언어(글이나 문장)가 변형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다. 


문장 1 : student는 학생이라고 풀이한다. 

문장 2 : student는 학생이라고 해석한다.


 외국어 관련 책에서는 외국어를 “풀이한다”, “해석한다”, “번역하다” 같은 문구들이 자주 등장한다. 의미는 차이가 없다. 어느 것으로 외워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풀이한다”와 “해석한다”가 계속 헷갈렸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문장의 자체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고 복습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이 단어의 혼용에 단련이 되어서 서로 헷갈려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해당 카드를 만날 때마다 살짝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마 위와 같은 사례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미가 동일한 사소한 단어 차이이므로 무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완전히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런 사례를 든 이유가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 문장과 의미가 얼마나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설명하고 싶어서다. 글과 문장이 의미를 전달하므로 너무 당연한 말이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의미가 동일하다면 말이나 단어가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사례도 “풀이한다”와 “해석한다”를 철저하게 구분지어 외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있다. 이 사례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살펴보자. 


戌에 대한 설명

사기-율서: 言萬物盡滅

연해자평: 滅也 萬物滅盡


 위의 문장은 역학에서 12지지 중 戌(술)토에 대한 설명이다. 위의 문장은 사기-율서에서 발췌했고 아래 문장은 연해자평에서 발췌했다. 의미는 동일하다. 사기-율서는 말미에 盡滅(진멸 - 없어짐)로 끝났고, 연해자평은 말미에 滅盡(멸진 - 없어짐)으로 끝냈다. 의미의 차이 없이 그저 한자의 순서만 다르다. 내 머릿속은 “戌(술)토-없어짐-滅盡 또는 盡滅” 로 구조화되어서 3년째 외우고 있어도 매번 혼동이 일어난다. 의미가 동일하니 아무리 구별하여 머릿속에 넣어도 서로 혼용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사례를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아무리 문장을 정확하게 외워도 그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동일하거나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로 대체되고 우리는 이를 파악하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낯선 단어를 사용했다면 자주 쓰는 동일한 의미의 단어로 바뀐다. 실제로 오랜 기간이 지나 문장을 다시 복습하려 할 때, 낯선 단어들이 완전히 익숙한 단어들로 대체되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내용들이 지식 공간에서 변형되듯이 문장들도 자신의 고유한 언어습관에 따라서 변형되어 버린 것이다.


 언어(글이나 문장)가 중심이 되어 의미(내용)가 변형되는 경우는 한문을 공부하면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음이 동일하지만 뜻이 다른 한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다. 


千字文 112 해구상욕 집열원량(骸垢想浴 執熱願凉)


 위의 구절을 외울 때마다 浴(목욕할 욕)은 매번 欲(하고자할 욕)으로 잘못 쓴다. 다행히, 떠올려 보고 틀렸다는 것을 항상 자각하지만 매번 欲(하고자할 욕)으로 한 번 쓰고, 그 다음에 틀렸다는 것을 자각하고 浴(목욕할 욕)으로 고쳐 쓴다. 두 글자가 음이 같고 모양도 나름 유사하기 때문에 혼동이 발생한다. 실제로 한자는 음이 같은 글자들이 동일한 글자처럼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非(아닐 비)와 匪(도둑 비), 維(벼리 유)와 惟(생각할 유), 而(말 이을 이)와 以(써 이) 등이 그런 사례다. 옛날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해본다. 


 글이나 문장을 외우기 위해 입 속에서 열심히 음미하다 보면 적절해 보이는 리듬과 호흡이 생기고 의미도 유려하게 연결되어 총체적인 지식이 형성된다. 하지만 그 리듬과 호흡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혹은 앞서 복습한 카드의 호흡이 그대로 남아서 매번 새롭게 읽히기도 한다. 완전히 같은 글이 새롭게 읽힐 때마다 문장의 의미는 새로워진다.


 매번 새로워지는 문장의 맛 때문에 이를 사색의 수단으로도 잘 사용했다. 잠이 안 오는 날이면 집 앞의 놀이터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굴할 때까지 입으로 문장을 외우면서 새로운 리듬과 호흡을 찾아보려고 했었다. 새로운 의미는 반드시 새로운 호흡과 리듬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의미와 형식이 서로 얼마나 분리 불가능하고 긴밀한지 절절이 느끼지 않을 수 없다.



7. 신나게 공부하다.


 앞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처음엔, 책을 그대로 외웠다. 외우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도 잘 되고 독서도 깊이 있게 이루어지면서 재미있게 했다. 그러다가 공부의 효율을 높이려고 정보를 농축해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다 효율적이고, 더 생생한 지식을 얻으며 암묵적으로 내포된 지식들까지 한꺼번에 공부하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이런 밑바탕에서 실제로 공부해보니 공부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자주 복습에 실패하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는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이다. 


 문장은 외우기 쉬운 문장과 외우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외우기 어려운 문장은 글 내부의 정합성이 망가진 문장, 비문, 오타 등의 문장이다. 일단 외웠다 하더라도 다시 복습을 할 때도 문제가 많다. 


 내용도 문제다. 중복된 내용들은 혼동을 주고, 상충되는 내용들은 기억을 되새기는데 큰 장애가 된다. 


 이런 저런 사례를 겪으면서 지식이라는 것이 머릿속의 지식체계에 섞여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성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문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 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언어와 지식은 거의 한 몸을 이루고 있어 의미가 동일한 단어들은 서로 대체되고 동일한 음을 가진 글자들도 서로 대체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폭주 기관차처럼 미친 듯이 책을 외우면서 얻었던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정말 즐겁게 공부했고, 얻는 바가 많았었다. 하지만 점점 공부하는 카드가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이런 식의 공부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장 암기의 비효율성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Anki로 문장 암기하기 1

 

 

 컴퓨터 AI의 멍청함에 대해서 이야기되는 것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 AI가 고양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AI는 고양이가 아닌 실타래 비슷한 것을 고양이로 인식했다고 한다. 이 사례는 AI에게 고양이를 가르칠 때 사용할 사진을 잘 골라야 한다는 뜻으로 나온 이야기이고 동시에 대단해 보이는 AI 학습이라는 것이 인간의 학습에 비해서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지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되는 이야기다. 사람은 고양이를 바로 고양이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AI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AI가 아직 사람을 따라오지 못하는구나 하고 자긍심을 가져보지만, 정작 Anki로 많은 카드를 공부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AI 같은지 확인하곤 놀라곤 한다. 처음 새 카드를 공부할 때에는 앞면의 문제도 읽고 열심히 생각해서 뒷면의 답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미 익힌 카드를 두세번째 복습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기계적이 된다. 특히, 단순한 질의-응답 형식 문제들은 바로 패턴이 몸에 익어 바로 기계적인 응답이 이루어진다. 즉, 이런 형식의 카드들은 처음 30개의 카드를 익힐 때는 1~2시간이 걸렸다면 복습할 때는 2~3분이면 충분해진다. 

 

 기본적으로 새 카드 공부 보다 기존 카드 복습이 더 쉽다. 그래서, 새로운 카드를 학습할 때 걸리는 시간은 복습하는 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든다. 하지만 1~2시간에 걸쳐 학습한 것을 2~3분 만에 복습한다는 것은 정도가 좀 심하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기계적 반응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익힌 문답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음과 같다. 가령, 카드의 질문이 “멕시코의 수도는?”이고, 답이 “멕시코 시티”라면, “멕시코”의 ‘멕’자만 보고 바로 “멕시코 시티”라고 답하고 넘어가게 된다. 이는 문제 풀이와 학습이 본질적으로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 풀이는 답을 내기 위한 가장 명확하고 효율적인 경로를 취하려고 한다. 반면, 학습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학습한 것을 문제 풀이로 학습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문제 풀이를 많이 한다고 학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 풀이를 많이 하면 문제를 학습할 뿐이다.

 

 문제를 학습할 경우 질문을 외어 답하는 식으로 시험공부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공부 그 자체를 통하여 질적인 발전을 꾀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지식을 온전히 향유하지 않고 문제 그 자체를 익히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부하는데 단순한 기계적인 반응만 연습하게 되면 성취감이 떨어지고, 지겨워진다. 학습 의욕도 상당부분 꺾일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질의-응답 문제들의 패턴을 의도적으로 익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우습다. 또, 이런 단순 기계적 반응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지식이 아닌 문제의 패턴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질의-응답이 너무나 쉽게 기계적 암기로 변환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빈칸 만들기(Cloze Deletion)로 그냥 필요한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적어도 문장을 외우기 때문에 기계적 암기라고 해도 필요한 지식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어 기계적으로 암기되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질의-응답 방식은 다음과 같다. 

 

 

Q: 멕시코의 수도는?

A: 멕시코 시티

 

이러면 순식간에 기계적으로 암기가 되고 “멕시코”의 ‘멕’만 봐도 “멕시코 시티”를 답하고 다음 카드로 넘어간다. 빨라서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게 오고 공부에 대한 회의감도 빨리 찾아온다. 그래서 다음처럼 문장 형태에 빈칸을 만들어 공부한다. 

 

아래와 같이 문장에 2개의 빈칸(c1, c2)을 만든다. 

    

노트(Note)

{{c1::멕시코의 수도}}{{c2::멕시코 시티}}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2개의 카드가 만들어진다. 

    

카드1

Q: [...] 는 멕시코 시티다.

A: 멕시코의 수도는 멕시코 시티다.

 

카드2

Q: 멕시코의 수도는 [...] 이다.A: 멕시코의 수도는 

멕시코 시티다.

 

 이러면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기억되기 때문에 “멕시코”와 “수도”와 “멕시코 시티”가 하나의 문장 형태로 묶인다. 그러면 기계적인 암기가 되어도 지식은 그 자체로 유효하게 유지된다. 앞서의 질의-응답은 “멕시코”와 “멕시코 시티”가 짝이 되는데 나중에 기계적인 반복으로 변질되면 그 관계가 무엇인지 잘 안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문장의 형태로 외워버리면 그 지식과 그 관계가 온전하게 보전되기 때문에 기계적 학습이 크게 나쁘게 여겨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문장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을 수 있게 된다. 

 

 

 

 

 처음 Anki를 할 때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다. 내 경우에 그 첫 번째 변화는 우선 암기를 귀찮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변화는 Anki에 카드가 쌓이는 것이고 마지막 변화는 Anki에 중독되는 것이다. 


 암기라는 그 지겹고 귀찮은 행위가 어느 정도 인에 박히게 되면 이제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지식을 갈구하게 된다. 이건 운동과 달리 매우 솔직한 행위다. 운동으로 인하여 근력과 체력이 증가하고 근육이 생성되는 것도 나름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매우 좋은 과정이다. 하지만 암기만큼은 아니다. 암기는 그야말로 외운 만큼의 정신적 자산이 쌓인다. 암기라는 힘들고 귀찮은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정직하게 정신적인 재산이 축적된다.


 처음 암기를 시도할 때는 거의 15년 만에 해보는 암기 행위가 너무 낯설었다. 암기할 내용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느 정도 길이로 만들지도 몰랐다. 그저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통으로 외웠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면서 잊어먹을까 봐 동일한 내용의 카드를 빈칸 만들기(Cloze deletion)로 20개가량 만들기 일쑤였다. 새 카드에는 20개라고 찍혀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문구를 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하루에 문구를 하나에서 두개 정도 외웠다. 


 암기를 반복하니 점차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암기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졌다. 예전에는 암기가 필요하다는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나고 머리가 무거웠지만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하게 된다. 게다가 암기를 하게 되면 단순히 읽은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매우 깊이 이해하고 공부하게 된다.


 암기가 몸에 배이면 욕심이 생긴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어떤 지식은 자신을 뽐낼 수 있게 해주고, 어떤 지식은 직업에서의 전문성을 늘리고 돈을 벌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어떤 식은 순수한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다. 더 현명해지고 더 지혜로워진다는 것은 질적인 변화를 통하여 삶의 충만함을 이끌어낸다. 욕심이 안날 수 없다. 그러면 카드를 늘리게 된다. 


 Anki에서 학습할 카드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면서 얼마나 학습 효율이 좋은지 강조한 적이 있다(링크). 하지만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공부에 욕심이 생기면 자신의 한계까지 공부할 카드의 수를 늘리게 되기 때문이다. 복습할 카드의 양이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카드를 늘리게 된다. 이건 운동에 중독된 사람이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운동하지 않으면 뭔가 하다 만 것처럼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운동과는 달리 큰 한계도, 부상의 위험도 없이 진도가 쑥쑥 나가기 때문에 카드수를 늘리는 것은 매우 쉽다. 


 이쯤 되면 Anki에 중독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매일 한계까지 공부해야 해치울 수 있는 카드들을 만들고, 그것을 해치우는 것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러면 직장에 나가서도 어떻게든 짜투리 시간을 만들어 이 카드들을 해치우려고 한다. 친구와 만나고 연인과 만나도 빨리 카드를 해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한켠을 차지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암기하다가 점점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했다. 나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공부량을 초과한 것이다. 몇 번 그런 상황을 겪고 나니 공부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여 카드수를 줄이고 오후 8시쯤에 암기를 끝났다. 적어도 저녁에 다른 짓을 즐겨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신적인 허탈감과 허무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고, TV나 영화도 그저 그랬다. 결국, 자극적인 내용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게 된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맞추기 위한 암기가 아니라, 내 스스로 향유할 지식을 갖추기 위한 암기는 많이 다르다. 평생을 기억하고 싶어서 암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암기하고 내용을 궁구하게 된다. 흔히, 한번 읽을 때는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넘어간다. 마치 해당 문구를 한 단어로 이해했다는 듯이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는 한 단어 정도만 어설프게 떠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암기를 하게 되면 그 문구가 머릿속에 온전히 담기기 때문에 머릿속에 들어온 문구들이 살아서 움직여 배경지식과 섞이게 된다. 그것이 하나의 문구를 이해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렇게 공부를 해보니 암기가 바로 공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지식을 스치듯이 지나가는 것이 너무 허전하고 부족해 보이기 시작한다.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이 내면화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자극적인 쾌락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제 독서를 예전만큼 잘 하지 못한다. 그저 스치듯이 읽고 지나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책을 쪼개고 정리해서 암기하고 싶어지지 한 번 읽고 지나치는 것은 무언가 너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Anki의 부작용이다. 


 최근에는 Anki의 카드수도 줄이고 화장실에서만이라도 편안하게 독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공부도 천자문하고 한문만 하고 있다. 천자문도 카드의 수가 너무 넘치지 않게 주말에는 새로운 카드를 추가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좀이 쑤시고 진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 다시 또 카드의 수를 늘리고 싶은 욕구와 싸우고 있다. 이런 것이 중독일 것이다. 아마 평생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에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있는 나이 먹은 아저씨가 보인다. 조금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항상 볼 수 있는 삶에 무게를 버티다가 잠시 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날에는 유난히 아저씨의 코가 보인다. 살짝 기름이 배여서 광택이 흐르고 맑게 빛난다. 기름이 맑아서인지 피부색이 그대로 투과되어 조금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 때 허영만 화백의 “꼴”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코에서 황색의 상서로운 광택이 있으면 금전이 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는 상서로운 기운이 뭐야? 라고 웃으면서 지나갔는데 이 아저씨의 코의 광택을 보니 바로 상서롭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아저씨에게 좋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순간 떠오른 것은 허영만 화백의 “꼴” 뿐만은 아니다. 한문에서 自(스스로 자)자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글자이면서 실제로는 코를 형상화한 상형자(象形字)라는 점도 같이 떠올랐다. 그래서 관상에서 말하는 코에 나타난 징후로 자기 자신을 살핀다고 한 것은 관상가들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전통적인 생각을 좀 더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한자 문화권의 뿌리부터 코를 그 사람의 자신으로 봐왔기에 “콧대가 높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다.” 라는 표현들이 흔하게 사용되었고 관상은 그저 그 전통을 신뢰하고 이를 좀 더 세분화하고 술수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 번 터진 생각은 봇물처럼 이어지고 기억을 들추어내 사실들을 꿰기 시작한다. 암으로 투병하시던 분이 코가 얽어서 생기를 잃고 쭈글쭈글하게 수축된 것이 떠오른다. 면접관의 자신만만한 미소 가운데 광택을 내며 빛나던 코도 떠오른다. 한자문화권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코를 사람의 자신감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도 떠올랐다. 어쩌면 관상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원래,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내용들을 오류가 많이 섞인 관찰 결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류를 가려내면 나름 쓸만한 정보의 원천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기 때문에 코를 자신감이나 자존감과 연관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논리들이 떠오른다. 인간의 몸이란 매우 합리적인 것 같지만 굉장히 오래된 원시적인 체계도 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코에서 자기 자신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뒤로 내 자신의 코를 관찰하여 나의 상태를 계속 연동해서 관찰해보기 시작했다. 

               

허영만 화백의 “꼴”을 본 것은 이 경험을 하기 2년 전쯤이었다. 당시에는 나름 유행하는 컨텐츠여서 봤을 뿐이다.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렇다고 진지하게 본 것은 아니고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2년만에 관련 지식이 나타나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한 번 스쳐지나가면서 본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지식도 아니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내용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어설프게 관상을 볼 수 있었다. 만화책 한 번 보고 관상을 볼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하는 부분이 제일 신기했다.

             

아는 것도 없는데 갑자기 스스로 관상을 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이 부분을 조금 깊게 고찰해보았다. 관상가들은 기본적으로 얼굴지도라는 것을 사용한다. 즉, 재물은 콧방울을 보고 배우자는 입술을 보는 식이다. 그리고 나이에 따라서 반응하는 얼굴 부위가 있다. 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얼굴지도도 모르고 관련 용어를 하나도 모르니 실제 관성을 볼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아저씨의 코를 보면서 상서롭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얼굴에 나타나는 징후가 상서로운 것인지 불행한 것인지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얼굴을 보고 상서롭다고 느끼면 관상이 좋은 것이고 불길하다고 느낀다면 관상이 좋지 않은 것 아니겠는가? 이 상황에서 얼굴 지도만 암기하면 이 느낌을 구체적으로 풀 수 있으니 관상이 완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생겨난 자신감을 믿고 관상을 볼 수는 없었다. 자신감이 상당해도 머리는 끊임없이 위험신호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 어떻게 관상을 보나 의심하고 계속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보는 것이 관상이 아니라 내 마음 내키는대로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선입견과 미모에 따라서 마음껏 날조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따름이었다.

            

이 관상 보는 경험과 같이 갑자기 알아지는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나름 상당히 많은 책을 읽는 편이지만 깊고 자세하게 책을 보지 않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도 않는다. 그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내용을 한번 주마간산식으로 맛만 보고 정말 필요한 책만 다시 읽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렇게 주마간산식으로 읽은 책들이 대략 2년 정도 지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별다른 감흥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이 덮은 책들인데 2년 후에 종종 떠오르는 것이다. 그 기간은 신기하게도 항상 2년 정도이다. 

         

책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의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행동, 누군가의 조언, 당시의 이상했던 상황 같은 것도 2년 후에 갑자기 알아지게 된다. 게다가 이런 경험의 특이한 점은 그냥 깨달아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같이 생기고, 실제로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몸에 장착되는 수준으로 체득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관상이 떠오르면서 그 때부터 관상을 볼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이렇게 돌팔이가 되는가보다 생각했다.

           

이런 뜬금없는 지식의 각성 경험과 같이 고려해볼 만한 경험이 있다. 그것은 입이 말하는 경험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온다. 이런 경험이 하도 많아서 말은 입으로 하는 것이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너무나 많다. 앞서의 경우처럼 갑자기 알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하다보면 기억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온갖 경험과 생각,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튀어나온다. 생각을 하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머리로 생각하고 나오는 말이 아니라 그냥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머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 필사적으로 잘못된 점이 없는지 생각하느라 정신없다. 말이 다 끝난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다시 스스로 복기해야만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나중에 찾아보면 상당 부분 틀리고 왜곡된 것들이 많다.

             

어린 시절에는 “무의식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라는 말을 믿었기에 말을 하다보면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실은 아무런 효용이 없는 설명이다. “온 우주가 알고 있어.”, “모든 것은 신의 뜻이야.”라는 말처럼 항상 이유를 찾는 우리의 정신을 다독일 수는 있지만 그 이상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2년 전에 경험한 지식과 내용은 허영만 화백의 “꼴”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나마 지식 각성이 가지는 몇 가지 특성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2년이 지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2년 내에는 새롭게 알아지는 것이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새롭게 알아지는 것들은 어떤 경이로움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진다. 즉, 2년 정도 지난 지식을 갑자기 알게되는 경험은 마치 계시를 받듯이 확 알아지는 경험으로 확연한 변화와 각성의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일상적인 새로운 지식을 알아지는 경험은 최근 자판기 커피의 가격이 30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것을 안 것처럼 별다를 것 없는 경험이다. 

            

두 번째는 의외성이다. 모든 경험이나 지식이 2년 내에 갑자기 알아지는 것이 아니. 어떤 기준에 의해서 선택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의외의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나 지식이 2년 만에 알아질 때는 갑자기 주위의 모든 것을 뜬금없이 그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가령,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여자가 지하철 봉을 잡고 있다가 밀어내면서 넘어지는 것을 보고 떠올린 것은 바디랭귀지에서 “사람이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다.”라는 점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저씨의 코’처럼 무척 뜬금없이 과거에 읽었던 바디랭귀지 책을 다 떠올리게 되었다. 즉, 현실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완전한 체계를 갖추고 나타날 준비가 완료되어 현실의 사소한 유사성만으로도 격발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 번째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슨 “무의식이 모든 것을 안다.” 식의 가설을 적용되기에는 이 무의식은 지나치게 오류가 많았다. 엄청난 확신과 자신감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잘 살펴보면 온갖 잡동사니가 어우러져 때로는 기괴한 체계를 형성한다. 과거의 경험은 왜곡되어있고 지식은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것을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해도 결론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하다. 즉, 나는 스스로 완전 돌팔이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관상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식이나 경험이 2년이라는 기간을 지나서 다시 지하수가 용출되듯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이 숙성한다는 면에서 어떤 知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는 플라톤식 사고방식이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성을 갖추고 있다는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은 당연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정보가 정보 그 자체로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환경과 준비,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고 그 확실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무의식을 들먹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무의식은 2년마다 올라오는 각성 경험을 설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각성된 지식의 오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이것을 신경 세포인 뉴런(neuron)과 연계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고결한 영혼이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성으로는 이렇게 관찰된 것들을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뉴런은 무척 비합리적이고 패턴 순응적이어서 개인의 모순적인 행동이나 일관되지 못한 믿음들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정: 2019/01/17 PM 3:16  문구 및 제목(전편→01) 수정. 



효과적인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가지 규칙 원문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supermemo.com/en/articles/20rules



상당수 의역이 있으니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원문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가지 규칙(4)

(The 20 rules of formulating knowledge in learning)




4. 최소 정보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학습할 내용은 최대한 단순하게 구조화해야 한다



일단, 단순한 것이 쉽다.


단순한 내용은 기억하기 쉽다. 내용이 단순할수록 두뇌가 학습한 내용을 항상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에 기억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미궁을 떠올려 보자. 신경망을 복잡하게 얽힌 경로로 이루어진 미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지식의 조각을 반복하여 학습할 때, 두뇌는 미궁을 통과한다. 미궁을 통과하는 동안 두뇌는 그 미궁의 벽에 길을 만든다. 만일 반복 학습을 할 때마다 오직 고유의 길 하나만 뛸 수 있다면, 그 경로는 끊임없이 이어져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의 조합이 있다면 매번 다른 방식으로 길을 만들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길들은 복잡해져서 출구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복잡한 내용을 반복 학습할 때마다 세포 수준에서도 서로 다른 시냅스 연결이 활성화되면서 동일한 일이 벌어져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간단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학습 일정을 잡기 훨씬 편하다.


배운 내용을 SuperMemo와 같은 간격 반복 시스템을 이용하여 최적의 간격으로 복습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말한다. 어떤 지식이 두 개의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학습하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이 복잡한 지식을 기억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해당 지식의 복잡한 정도에 맞게 충분히 자주 반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내용을 두 개의 하위 항목으로 분할하여 각각의 항목을 별개로 학습한다면 각각의 학습 내용이 복잡하지 않으니 각각의 페이스(pace)에 따라서 반복하면 되고 이로 인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단순한 하위 항목들로 쉽게 분할될 수 있는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학습 내용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단순한 항목들로 분할해서 학습할 사항들을 단순하게 만들면 비록, 학습할 항목 자체는 늘어나게 되지만 오히려 각각의 학습 항목을 반복하는 횟수는 충분히 줄어들어 (1) 복잡한 내용을 반복해서 잊게 되는 경우 (2) 해당 내용을 극단적으로 짧은 주기로 반복하게 되는 경우 (3) 결국 해당 내용을 부분적으로만 기억하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훨씬 더 이익이다



여기에 딱 맞는 사례가 있다. 아래의 질의를 보자.



우선, 너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잘못 구조화된 사례이다


Q : 사해의 특징은 무엇인가?

 

A :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에 위치한 소금 호수. 그 해안선은 평균적으로 해수면 아래 396m로 지표면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다. 길이는 74킬로미터이다. 짠 맛의 정도는 바다보다 7(부피 농도는 30%) 이고 밀도가 매우 높아 사람이 가라앉지 않고 떠 있게 만든다. 이 짠 물에서는 오직 단순한 유기체만이 살 수 있다.



이 질의를 다음과 같이 단순한 사항으로 분할하여 제대로 지식을 구조화 한다.


Q: 사해의 위치는?

A: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에 위치

 

Q: 지구의 지표면에서 가장 낮은 지점은?

A: 사해의 해안선

 

Q: 사해가 위치한 평균 높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A: 해수면 아래로 400미터

 

Q: 사해의 길이는?

A: 70 km

 

Q: 바다보다 사해가 얼마나 더 소금기가 있는가?

A: 7

 

Q: 사해의 소금 함량은 부피 비율로 얼마인가?

A: 30%

 

Q: 왜 사해에서는 사람이 뜨는가?

A: 고염분 때문에

 

Q: 사해는 왜 죽은 바다라고 부르는가?

A: 오직 단순한 유기체만이 살 수 있기 때문

 

Q: 왜 사해에서는 단순한 유기체만 살 수 있나?

A: 고염분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을 비교 실험해서 최소 정보의 원칙을 적용할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을 수 있다. 이는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만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 지식을 더 오래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내용을 단순화하는 것이 더 낫다.

 

위의 사례에서 질문의 길이가 얼마나 짧은지에 주목해서 보길 바란다. 물론 답변이 더 짧다는 점도 마찬가지로 주의해서 보기 바란다. 우리는 한 번의 반복학습에서 최소한의 정보를 기억에서 환기해내고 싶다! 답변도 상상할 수 있는 한 짧기를 원한다!

 

위에서 제시된 잘못 구조화된 사례에서 배우는 지식과 잘 구조화된 사례에서 배우는 지식이 전적으로 동일한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해에서 사람이 뜨는 이유를 결국 기억해내겠지만, 처음에는 사해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396에서 400으로 반올림하거나 74에서 70으로 반올림하면 약간의 정보가 손실된다. 이것들은 더 많은 질문을 추가하거나 현재의 질의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단답형으로 학습하게 되면 선생님이 칠판 앞으로 불러서 사해에 대해서 읊어 보라고 할 때, 사해에 대한 설명을 유창하게 암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빛나는 것이 학습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암송이나 시 낭송에 대한 대처하는 방법을 확인하려면 열거(enumeration)에 대한 섹션을 참고하길 바란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가지 규칙 원문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supermemo.com/en/articles/20rules



상당수 의역이 있으니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원문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가지 규칙(1~3)

(The 20 rules of formulating knowledge in learning)




1. 배우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 내용을 배우지 말라는 규칙이라니 누가 이해하지도 않고 배운다는 말인가? 말이 되지 않는 규칙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그저 반복해서 배우고 익히는 짓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어쩔 수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험 일정은 딱 고정되어 있는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들과 강의록들은 대부분 정말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이해가 안되고 시험 시간은 끊임없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냥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자. 독일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독일어로 작성된 역사 교과서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책의 내용은 하나도 모르고 그저 단어를 단어 그 자체로만 익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러한 "닥치고 익히기" 방식은 엄청난 시간이 소모될 것이고 그렇게 엄청난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익혀도 그 지식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역사에 관한 독일어 교과서를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어도, 여전히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어 역사 교과서 사례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종종 학습 자료는 매우 짜임새 있게 잘 정리되어 있지만 공부하는 사람 자신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는 곧 이어 자신의 학습 프로세스를 대량의 쓸모없는 학습 자료로 가득 채우고는 이걸 열심히 익히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야라고 어리석게도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다.

 

 

2. 외우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한다.

 

개별 사실들과 규칙을 암기하기 전에 익힌 지식의 전반적인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적인 지식의 조각이 하나의 일관된 구조물을 구축하는 부품으로서 제대로 작동할 때 해당 지식에 대한 학습의 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규칙 1(배우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에서 언급 된 문제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어 역사교과서 사례에서 하나의 독일어 단어가 바로 그 지식의 조각과 같은 것이다. 독일어 단어와 독일어 역사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고, 독일어 역사를 통해서 해당 독일어의 깊은 의미를 느낄 때 학습은 강화되고 깊어진다.

 

공부를 시작할 때 막연하게 어떤 주제에 대략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 주제에 대한 내용들을 모아놓은 챕터(: 내연 기관의 원리)를 읽고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나서야 개별 질문과 답변(: 내연 기관에서 피스톤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사용하여 해당 주제를 구체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

 

 

3. 기초를 쌓은 뒤에 그 위에 지식을 구축해야 한다.

 

규칙 2(외우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한다.)에서 논의된 지식의 전반적인 그림을 만드는 부분에서 그러한 그림을 세부사항가지 전부 완성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은 단순할수록 더 좋다. 책의 첫 챕터는 짧을수록 좋다. 간단한 모델이야말로 이해하기 더 쉽고 훨씬 포괄적이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다양하고 넓은 범위를 감당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지 그 위에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

 

기초를 무시하면 안 된다.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것을 암기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기초적인 내용들은 너무나 당연하므로 오히려 쉽게 기억에서 잊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쉬운 것들을 암기하는 데는 별다른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 기초를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이고 별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져 오류를 범하는 것 같더라도 차라리 기초를 공부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는 것보다 기초를 공부하는 쪽으로 오류를 범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SuperMemo에서 조사한 결과 간격반복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전체 학습 시간의 50%를 학습한 자료의 3~5%를 반복하면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기초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당 내용이 반복되는 것이다. 기초적인 내용들은 보통 그 기억을 유지하기도 쉽고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별로 소모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초적인 내용을 잊는 순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Anki 카드를 만들 때 어떻게 지식을 정리하고 구조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발견한 SuperMemo 사이트의 문건이다. 이 사이트의 원문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https://www.supermemo.com/en/articles/20rules



번역을 하다보니 영어 실력 부족인지, 원문이 너무 이상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상당수 의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다시 번역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건의 길이가 조금 길어 몇 번에 걸쳐서 분할하여 포스팅할 계획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가지 규칙


 

이 문건은 학습 효율을 증진할 때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지식의 구조화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작성된 문건이다.

 

배움의 속도는 자료를 정리하하고 구조화하는 방식에 따라서 달라진다. 어떤 학습 자료가 얼마나 짜임새 있게 정리되었는지에 따라서 학습 속도가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이러한 학습 속도의 차이는 생각보다 깜짝 놀랄만한 수준일 수 있다!

 

이 규칙들은 중요도 순으로 늘어놓았다. 먼저 제시된 규칙들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위반하지만 이 규칙을 준수할 경우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규칙들이다.

 

이 문서는 기본적으로 간격 반복 시스템을 사용하여 학습을 진행할 것이라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 한 번만 배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학습 자료를 최적으로 반복하여 학습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역자 : 전체 규칙을 하나하나 상술하기 전에 20가지 규칙을 요약해서 제시하는 것이 보기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학습을 위하여 지식을 구조화하는 20 가지 규칙 요약을 아래와 같이 나열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 요약(Summary) ----------

 

여기에 지식을 공식화하는 20가지 규칙을 요약한다. 상세히 살펴보면 처음 16개 규칙은 기억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된 규칙들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규칙들은 서로 강력하게 중첩되어 있다. 가령, 배우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규칙은 최소 정보 원칙이 적용 방식이이고 이것은 다시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1. 배우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

 


2. 외우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한다.


개별적인 단순한 지식으로 쪼개서 카드로 만들기 전에 해당 내용의 큰 그림을 먼저 구축해야한다. 그리고 전체 그림에 빈틈이 있으면 다시 검토해야 한다.



3. 기초를 쌓은 뒤에 그 위에 지식을 구축해야 한다.


절대 복잡한 매뉴얼에 두발 모두 뛰어들면 안 된다. 보통 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배우고 기억된 기초 지식들은 나머지 지식들을 수월하게 배울수 있게 해준다.

 


4. 최소 정보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어떤 내용을 계속 잊게 된다면 일단, 최대한 해당 항목을 간단하게 만들어 봐야 한다. 만일 그래도 계속 잊게 되면, 다른 규칙들(빈칸 만들기, 그림그리기, 연상법, 집합을 열거형으로 바꾸기 등)을 적용해보길 권한다.

 


5. 빈칸 만들기는 쉽고 효과적이다.

 

삭제된 단어 또는 구절을 완성하는 방식의 학습을 빈칸 만들기라고 하는데 학습에 효과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식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속도가 빠르고 초보자에게 적극 추천되는 방법이다.

 


6. 이미지를 사용해라

 

그림 하나가 백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다.

 


7. 연상법(mnemonic techniques)을 사용하라.

 

페그(peg) 리스트, 마인드 맵에 대해서 읽어보라. 토니 부잔의 책을 공부하고 기억을 재미나는 그림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워라. 전화번호나 복잡한 수치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최고다.

 


8. 그림에서 빈칸 만들기도 매우 좋다.

 

빈칸 만들기를 그림에 적용하여 그림의 일부를 가리고 이를 완성하는 방식의 학습 방법은 해부학이나 지리학 등을 배우는 데 정말 좋다.

 


9. 집합을 피해라.


지식을 어떤 요소의 집합으로 나열하면 해당 집합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실상 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집합을 기억하고 싶으면 열거식 지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10. 열거를 피해라.


집합보다 낫지만 열거식 지식도 기억하기 어렵다. 열거식 지식을 다뤄야 할 경우 빈칸 만들기를 사용하면 좋다.

 

 

11. 기억 간섭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라.


정말 단순한 내용의 학습에서도 다른 비슷한 항목이 있으면 서로 기억 간섭이 일어나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예제, 문맥적 단서, 생생한 삽화, 정서적 상태에 대한 참조, 그리고 개인적 생활과의 연계를 이용해야 한다.


 

12. 문구를 최적화해야 한다.


수학적 방정식을 줄이는 것처럼 복잡한 문장을 영리하고 함축적이고 즐길 수 있는 격언처럼 줄일 수 있다.

 


13. 다른 기억들을 참조해야 한다.

 

다른 기억들 위에다가 기억들을 만들어 구축하면 일관되고 서로 꽉 물린 구조의 기억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은 쉽게 망각되지 않는다. 기초적인 지식 위에 기억을 구축하고 의도적으로 중첩하여 학습함으로써 기억들 간의 간격을 채워야 한다.

  

 

14.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예제를 사용하라.

 

개인적인 삶과 기억을 연결하는 것은 기억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인 삶은 참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실들과 사건들의 금광이다. 스스로 카드뭉치 컬렉션을 만든다면 이러한 개인적인 삶을 이용하여 기억을 구축해라.


 

15. 감정적인 상태에 의지하라.


감정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슬픈 상태에서 어떤 사실을 배운다면 슬플 때 그 기억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어떤 기억들은 감정을 유도하고 기억을 회상할 때 두뇌의 이런 속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6. 맥락에 의한 단서는 문구를 단순하게 해준다.


해당 기억의 맥락을 이용하면 기억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 선행 지식 위에 지식을 구축하게 해주고 기억의 간섭을 피하게 해준다.


 

17. 지식의 중첩은 최소 정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몇 가지 형식의 중첩적인 지식의 사용은 매우 좋다. 동일한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을 외운다면 별달리 해로울 것이 없다. 특히, 단어 쌍과 같은 것을 배울 때는 중첩적인 질의를 수동적이거나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쓸만하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해당 문제해결로 인하여 파생되는 단계를 기억하는 것은 지적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18. 출처를 제공하라.


출처를 알면 해당 지식을 대상으로 중요성을 판단하고, 신뢰도를 측정하고, 갱신하고, 학습 프로세스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19. 날짜를 명시하라.

 

날짜를 명시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지식을 관리하기 좋다.


 

20. 우선순위를 두어라.

 

효과적인 학습의 모든 것은 결국 우선순위이다. 발전적 독서법(incremental reading)에서는 처음에는 매우 잘못된 방식으로 구조화된 지식들을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공부가 쌓이는 만큼 해당 지식들의 형태를 다듬고 개선시켜 나간다. 필요한 경우, 지식의 조각들을 다시 검토하고, 부분으로 분할하고, 재구조화하며, 우선순위를 다시 결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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